케이씨씨 농구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팬 충성도를 자랑한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5차전이 열린 전주 체육관. KBL 제공
“연고 이전에 맘 졸이는 팬입니다. 심사숙고 해주세요.”(박새임씨)
“15년 한팀을 응원한 팬들한테 주는 보답인가요?”(윤미경씨)
프로농구 명문 전주 케이씨씨(KCC) 팬들이 최근 기자에게 보내온 글이다. 케이씨씨가 연고지를 전주에서 수원으로 옮기려한다는 소문이 있다며, 절대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심정을 보내온 것이다.
케이씨씨가 수원시로부터 농구단 연고지 이전 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케이씨씨는 수원으로 훌쩍 떠날 수 없기에 고민이 깊은 것으로 보였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도 케이씨씨가 수도권으로 이전할 경우 호남 농구 시장에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주 케이씨씨는 현재 호남 지역 유일의 프로농구팀이다. 2001년 연고지 정착 이후 15년간 전주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10개 프로농구단 가운데 관중 열기나 팀 충성도는 1위다. 일부 농구팬들은 전주의 한옥마을과 함께 케이씨씨 농구단을 전주의 대표상품으로 본다. 케이씨씨 기업 자체도 전주에 4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은 편이다.
그런 케이씨씨가 “우리는 전주에 남겠다”고 쉽게 말할 수 없는 속사정은 있다. 케이씨씨 관계자는 20일 “체육관 건물이 1970년대 지어졌다. 40년이 넘으면서 노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4200명 좌석에 더해 입석까지 들어오면 4700명까지 찬다. 만에 하나 체육관 시설이 붕괴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구단은 항상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전주체육관은 지난해 시 안전진단에서 C등급(보통)을 받았다. 시는 내부에 갈라진 콘크리트 틈 등 균열된 곳을 보수했고, 일부 방수 공사도 했다. 외벽에는 지지 구조물을 설치해 강화했다. 산업기반이나 세수 규모가 취약한 전주시 입장에서는 체육관의 재건축이나 전면보수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팬들을 고객으로 맞이하는 구단 입장은 다르다. 케이씨씨 관계자는 “자칫 노후화된 체육관에서 붕괴 사고라도 일어난다면 그야말로 기업 이미지는 한 순간에 박살이 난다. 세월호 이후 안전 의식이 높아진 상황이다. 안전 문제에 정말 많은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전주시도 시설 노후화는 인정하고 있다. 체육진흥과의 한 관계자는 “시에서도 리노베이션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체육관을 허물고 새로 지을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예산만 있다면 무엇을 못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시도 공감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 사회에서 스포츠는 생활의 일부이고, 복지의 척도로서도 평가를 받는다. 지역에 보고 즐길 것이 있으면 시민들은 그 혜택을 누리게 된다. 시 재정이 넉넉치 않은 원주가 프로농구 동부 구단을 위해 새로운 체육관을 짓고 선수 숙소를 마련해준 것을 보면, 돈보다는 열정이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는 힘인지도 모른다.
전주의 농구팬들은 케이씨씨 농구를 열렬히 사랑한다. 꼭 남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편지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다. 시가 안전을 위해 체육관을 최신식으로 바꾼다면 반대할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재원이 부족하다면 케이씨씨 쪽과 서로 머리를 맞대 허심탄회하게 상생하는 방법을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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