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엔 꼭 하버드대학에 가서 시합할 거다.” 29년째 장애인 축구팀을 이끌어온 곰두리사랑회 신철순(72) 회장은 ‘꿈을 먹고 사는’ 청년이다. 일흔여 나이는 속일 수 없어 목소리는 느릿하지만, 약자를 생각하는 마음엔 청년의 순수함이 여전하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 장애인 축구팀 감독을 맡은 인연으로 30년 가까이 장애인 축구에 봉사하고 있다. 올해도 장애인의 날(20일) 기념으로 23일 오전 9시30분부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6 꿈★과 희망나눔, 장애인과 함께하는 더불어 축구대회’를 연다. “뇌성마비 장애인팀과 성공회대학 교수팀 등 8개팀이 참가한다. 장애인 선수들의 재활의지와 나눔의 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은 신 회장에게 딱 어울린다. 지난해 월드컵경기장을 무상대관했던 서울시가 올해는 난색을 표했지만, 그는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설득해 끝내 사용 승인을 받아냈다. 매주 한 차례씩 숭실대나 은평구립운동장, 서울월드컵 보조경기장에서 연습할 수 있는 것도 그가 발로 뛴 결과다. 장애인팀이지만 최경식 해설위원, 가수 안치환·김흥국씨 등 후원자들이 늘 섞여 뛰어주는 덕분에 동호회팀들과 대등한 시합을 펼친다. “월드컵경기장처럼 좋은 운동장에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 장애인들이나 후원자들이 감동한다. 돈이 전부는 아니다.”
신 회장의 꿈은 9~10월께 하버드대학을 방문해 친선 경기를 펼치는 것이다. 2011년 서울을 방문했던 하버드대학 축구팀과의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한국 왔을 때 고려대·서울대를 이긴 강팀이었는데, 우리와도 상대를 해줘 장애인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겼다. 이번엔 우리가 답방을 하고, 백악관과 유엔본부 견학 일정도 계획하고 있다.” 선수 12명·임원 12명 등 선수단의 미국 원정 경비 3억원 마련이 난제다. 2000년대 초반에는 후원자도 많아 세계대회에도 출전하고 전지훈련도 다녔지만, 지금은 상황이 무척 어렵다.
신 회장은 “일정이 잡히는대로 대기업 등에 후원 요청을 할 참이다. 늘 도와주는 귀인들이 나온다”며 낙관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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