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6 프로농구 챔피언전 최우수선수(MVP)인 이승현(고양 오리온)이 21일 오전 모교인 서울 용산고 교정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통통 스타]
프로농구 챔피언전 MVP 이승현
프로농구 챔피언전 MVP 이승현
“어휴! 지금 몇 시죠?”
전화를 받은 목소리는 졸렸다. 아차 싶었다. 모처럼 맛보는 꿀맛 같은 늦잠은 파투났다. 만나서 물으니, “24시간 푹 자고 싶은 게 꿈이다. 진짜 그렇게 자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도 21일 낮 모교인 서울 용산고등학교 교정에서 포즈를 취하는 이승현(24·오리온)의 모습은 편해 보였다. 2015~2016 프로농구 챔피언전 최우수선수(MVP)의 여유도 느껴졌다.
프로 데뷔 때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첫 시즌 신인왕, 둘째 시즌 팀의 챔피언전 우승 견인과 최우수선수상 수상. 화려한 경력은 사람을 들뜨게 만들 것도 같다. 그런데 차분하다. “선수로서 만족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프로 2년을 보냈을 뿐이다.” 그의 말대로 이승현은 늘 현재보다 높은 목표를 두고 달린다. 고등학교 때는 전국 랭킹 1위를, 대학교 때는 국가대표를 지향했고, 지금은 프로 최고의 몸값 선수를 노린다.
지난달 챔피언전에서 보여준 활약은 남다른 의지의 단면이다. 상대팀인 케이씨씨의 하승진보다 키는 24㎝ 작고, 몸무게는 45㎏ 적다. 그러나 하승진과 일대일로 맞붙어 누르면서 케이씨씨 전력의 핵심을 무력화시켰다. “승진이 형은 막아봐야 안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정말 딱딱한 돌이 딱 버티고 있는 것 같았다.” 힘이 많이 들어가 게임 뒤 온몸의 에너지는 다 소진된다. “몸이 축 늘어진다”는 상황 속에서도, 그는 정밀한 외곽 3점슛까지 터뜨려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고교·대학 이어 프로2년차에 MVP
챔피언전서 24㎝ 큰 하승진 묶어
14년만에 오리온 우승 견인 키 작은 센터로 살아남기 위해
대학때 매일 3점슛 500개 연습
NBA 그린처럼 멀티능력 갖출 것 이승현은 프로에서는 센터가 아닌 포워드다. 하지만 작아도 빨라서 상대 센터에게 밀리지 않는다. 이런 효용성은 포지션 영역의 구분이 점점 없어지는 현대 농구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오리온은 가드와 포워드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케이씨씨를 제압했다. 그는 “대학 3학년 때다. 비교적 작은 센터인 언더사이즈 빅맨이 프로에서 살기 위해서는 슈팅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새벽과 야간 개인훈련 때 그가 던진 3점슛은 평균 500개. 이렇게 한 달을 연습한 뒤 치른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우승을 하면서 외곽포의 위력을 확인했다. 그는 “상대 센터가 밖으로 따라 나오면 그때는 빈 공간으로 공을 돌리면 된다. 상대 센터가 밖으로 따라 나오지 못하면 슛 기회가 열린다”고 했다. 이승현은 미국프로농구 골든스테이트의 포워드 드레이먼드 그린(26)을 주목한다. 스티븐 커리와 함께 골든스테이트의 전성기를 이끄는 그린은 득점, 튄공잡기, 도움주기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 이승현은 “한 명의 가드와 네 명의 포워드 식의 ‘스몰볼’ 농구로 가는 추세라면 멀티 능력이 필수다. 그런 점에서 그린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승현의 외곽슛 자세나 공을 던졌을 때의 회전수, 회전 방향에서 기본이 잘 닦여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승현은 “난 슈터가 아니다. 그냥 슛을 잘 쏘는 선수일 뿐”이라고 했다. 프로 선수는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백지 한 장의 차이가 대선수와 보통 선수를 가른다. 이승현은 “자세에서 모든 게 달라지는 것 같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책임감을 많이 느끼는 것은 확실하다”고 했다. 정규리그 뒤 한 달여의 플레이오프가 피곤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마음먹기에 따라 기분 좋은 피로감도 있다”고 했다. 동료 외국인 선수 조 잭슨의 탄력에 대해서는 놀라움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저런 가드가 있어 함께 경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작은 키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어마어마하게 연습한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2주간의 휴가가 끝나면 곧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5월엔 몸을 불리고, 6월엔 공을 가지고 놀고, 7월엔 전지훈련을 한 뒤 8~9월은 연습경기로 최종 점검을 한다. 그는 “시즌 전 준비를 잘해야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 주로 체력훈련을 많이 하는데, 체중이 1㎏씩 빠지면서 몸이 빨라질 때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카페에서 커피 대신 요구르트를 시키는 모습에서는 투박한 외모와 달리 몸을 챙기는 프로의 섬세함을 감지할 수 있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이승현 프로필
챔피언전서 24㎝ 큰 하승진 묶어
14년만에 오리온 우승 견인 키 작은 센터로 살아남기 위해
대학때 매일 3점슛 500개 연습
NBA 그린처럼 멀티능력 갖출 것 이승현은 프로에서는 센터가 아닌 포워드다. 하지만 작아도 빨라서 상대 센터에게 밀리지 않는다. 이런 효용성은 포지션 영역의 구분이 점점 없어지는 현대 농구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오리온은 가드와 포워드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케이씨씨를 제압했다. 그는 “대학 3학년 때다. 비교적 작은 센터인 언더사이즈 빅맨이 프로에서 살기 위해서는 슈팅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새벽과 야간 개인훈련 때 그가 던진 3점슛은 평균 500개. 이렇게 한 달을 연습한 뒤 치른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우승을 하면서 외곽포의 위력을 확인했다. 그는 “상대 센터가 밖으로 따라 나오면 그때는 빈 공간으로 공을 돌리면 된다. 상대 센터가 밖으로 따라 나오지 못하면 슛 기회가 열린다”고 했다. 이승현은 미국프로농구 골든스테이트의 포워드 드레이먼드 그린(26)을 주목한다. 스티븐 커리와 함께 골든스테이트의 전성기를 이끄는 그린은 득점, 튄공잡기, 도움주기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 이승현은 “한 명의 가드와 네 명의 포워드 식의 ‘스몰볼’ 농구로 가는 추세라면 멀티 능력이 필수다. 그런 점에서 그린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승현의 외곽슛 자세나 공을 던졌을 때의 회전수, 회전 방향에서 기본이 잘 닦여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승현은 “난 슈터가 아니다. 그냥 슛을 잘 쏘는 선수일 뿐”이라고 했다. 프로 선수는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백지 한 장의 차이가 대선수와 보통 선수를 가른다. 이승현은 “자세에서 모든 게 달라지는 것 같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책임감을 많이 느끼는 것은 확실하다”고 했다. 정규리그 뒤 한 달여의 플레이오프가 피곤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마음먹기에 따라 기분 좋은 피로감도 있다”고 했다. 동료 외국인 선수 조 잭슨의 탄력에 대해서는 놀라움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저런 가드가 있어 함께 경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작은 키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어마어마하게 연습한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2주간의 휴가가 끝나면 곧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5월엔 몸을 불리고, 6월엔 공을 가지고 놀고, 7월엔 전지훈련을 한 뒤 8~9월은 연습경기로 최종 점검을 한다. 그는 “시즌 전 준비를 잘해야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 주로 체력훈련을 많이 하는데, 체중이 1㎏씩 빠지면서 몸이 빨라질 때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카페에서 커피 대신 요구르트를 시키는 모습에서는 투박한 외모와 달리 몸을 챙기는 프로의 섬세함을 감지할 수 있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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