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물고 날아오른 용처럼…김승현
공 물고 날아오른 용처럼…
‘마술의 손’ 김승현(27·대구 오리온스)은 시즌을 앞두고 오른팔 삼두박근에 주먹만한 문신을 새겼다. 용이 농구공을 물고 있는 무시무시한 문양이다. “용은 영적인 존재잖아요. 농구는 내 마음 속에 영원하다는 뜻을 전하려고 새겼습니다.”
‘문신의 힘’ 때문이었을까. 김승현은 2005~2006 프로농구 개막 2경기에서 거침없는 플레이로 보는 이들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지난 21일 원주 동부와의 개막전에서 15득점, 9튄공잡기, 9도움주기로 ‘트리플 더블’급 활약을 펼친데 이어, 23일 전주 케이씨씨(KCC) 전에서도 27득점, 7튄공잡기, 9도움주기를 기록했다. 지난해 우승과 준우승 팀을 상대로 평균 21득점, 8튄공잡기, 9도움주기를 올렸다.
포인트가드인 그의 도움주기야 지난해 사상 최초의 평균 두자릿수(10.5개) 돌파로 검증이 끝났지만, 눈여겨볼 대목은 튄공잡기다.
178㎝의 작은 키에도 튄공잡기에서 서장훈(평균 8.5개)에 이어 국내 선수 2위에 올랐다. 아직 초반이라 수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의 탁월한 위치선정과 수비에서도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점은 입증된 셈이다.
김승현은 이번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벌써부터 포인트가드로 고민하고 있는 몇몇 팀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를 의식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매 시즌 달라진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올해는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김승현은 29과 30일 지난 시즌 신인왕과 최우수선수인 양동근(울산 모비스) 신기성(부산 KTF)과 각각 자존심을 건 포인트가드 대결을 벌인다. 그의 팔에 새겨진 용이 이번 주말에도 계속 날아오를 지 주목된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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