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수가 11일 열린 전국체급별유도대회 남자 81㎏ 결승전에서 이성호를 업어치기 한판승으로 이긴 뒤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40초 만의 업어치기 한판. 런던의 설움은 한순간에 날아갔다.
올림픽 대표팀의 연습 파트너로 뛰었던 이승수(26·국군체육부대)가 드디어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통쾌한 한판승이어서 기분은 더 짜릿했다.
이승수는 11일 강원도 양구군 양구문화체육회관에서 열린 제55회 전국체급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81㎏급 결승에서 이성호(수원시청)를 경기 시작 40초 만에 업어치기 한판으로 따돌리며 금메달을 땄다. 대표선발전을 겸한 이 대회 우승으로 이승수는 8월 리우올림픽 출전 자격을 챙겼다. 강력한 경쟁자인 왕기춘(양주시청)은 2회전 패배로 패자부활전으로 떨어졌으나 살아남지 못했다.
이승수는 2012년 런던올림픽 때 금메달을 딴 81㎏급 최강자 김재범의 연습 상대였다. 김재범의 경기력을 위해 도우미가 돼야 했던 그는, 정작 시상대의 선배를 먼 곳에서 바라볼 뿐이었다. 그 뒤 이를 악물고 훈련에 몰입했고, 지난해 6월 세계대회 선발전에서 왕기춘을 꺾으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왕기춘과 엎치락뒤치락하며 81㎏급 올림픽 대표 경쟁을 벌여왔지만 이날 승리로 그동안 맺힌 응어리를 풀었다.
집념과 패기가 넘치는 이승수의 강점은 업어치기. 1·2회전 한판승과 3회전 유효승을 거둔 이승수는 결승에서 중량급의 무게가 연상되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탄력으로 상대를 전광석화처럼 넘어뜨렸다. 안뒤축걸기를 시도하는 척하다가 상대의 중심이 앞쪽으로 쏠리는 순간 한팔 업어치기를 해냈다. 대한유도회 관계자는 “성실함의 대명사다. 꾸준히 노력한 대가를 드디어 얻었다”고 평가했다.
올림픽 진출권을 얻은 이승수한테는 마지막 장애물이 있다. 이승수의 국제유도연맹 랭킹은 31위(650점)이다. 국제유도연맹이 22개국에 한 명씩 올림픽 출전권을 줄 경우 일본, 러시아 등 상위권에 여러 명 포진된 선수들이 일부 빠지게 돼 실질적으로는 20위쯤에 해당한다. 그런데 13~15일 열리는 알마티 그랑프리가 문제다. 이승수는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데, 만약 하위권 선수들이 치고 들어와 포인트를 쌓으면 이승수는 22위 밖으로 밀려 올림픽에 초대받을 수가 없다. 이럴 경우엔 이날 패자부활전에서 탈락했지만 랭킹 10위(1148점)의 왕기춘이 리우에 갈 수도 있다.
이승수는 “올림픽에서는 시드 배정에서 쉽지 않을 것이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메달권에 진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남자 90㎏급에서는 세계 1위 곽동한(하이원)이 김형기(국군체육부대)를 업어치기 한판으로 제치고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확정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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