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
요즘 농구담당 기자들은 둘 이상만 모였다하면 프로농구 중계권 문제를 입에 올린다. 그 중에서도 아이비(IB)스포츠에 중계권을 빼앗긴 지상파 방송사들의 처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지상파 방송 3사는 스포츠중계권에 관한 한 그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프로농구만 보더라도 케이비엘(KBL·한국농구연맹)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주는대로’ 중계료를 받았다. 방송사들이 2년 전 40억원에서 지난해에 34억원으로 깎았지만 ‘유구무언’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케이블 텔레비전 <엑스포츠> 채널을 가지고 있는 아이비스포츠와 지난 6일 50억원에 계약한 것이다. 방송사들은 단단히 토라져 있는 모양이다. 재판매권을 가진 아이비스포츠가 “34억원 이상은 받지 않겠다”며 방송사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꿈쩍않고 있다.
방송사의 논리는 두가지다. 아이비스포츠가 중계료를 터무니없이 올려놓았고, 이 때문에 지상파가 중계권을 따지 못해 시청자들의 볼권리가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구인들은 방송사의 이런 주장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우선 아이비스포츠가 중계권을 딴 메이저리그나 아시아축구연맹(AFC) 경기는 물론이고 프로농구도 과거 지상파 방송사들이 지불했던 가격에 견줘 결코 높지않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방송사의 볼권리 주장에는 더욱 동의할 수 없다는 태도다. 한 농구인은 “지상파 방송사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270경기 중 고작 15경기만 중계했다”며 “빅경기와 주말경기마저 철저히 외면하면서 이제와서 무슨 볼권리를 들먹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스포츠중계 환경은 혁명적으로 변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제 지상파가 아니더라도 케이블이나 위성디엠비(DMB) 등을 통해 시청욕구를 채우고 있다. 세상은 변했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의 ‘자존심’은 여전히 꺾일 줄 모른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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