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금지약물로 국제연맹서 자격정지
샤라포바는 러시아 올림픽 대표 뽑혀
박태환은 국내 규정탓 선발 제외
IOC도 이중처벌 인정않아 논란
샤라포바는 러시아 올림픽 대표 뽑혀
박태환은 국내 규정탓 선발 제외
IOC도 이중처벌 인정않아 논란
이중처벌 규정으로 족쇄가 묶인 박태환과 달리 마리아 샤라포바가 러시아 올림픽 대표팀에 포함됐다.
영국의 <비비시>는 러시아의 테니스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가 2016 리우올림픽 러시아 테니스대표팀 명단에 포함됐다고 27일(한국시각) 보도했다. 샤밀 타르피슈체프 러시아 테니스협회장 겸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은 26일 “우리는 샤라포바를 리우올림픽 대표로 선발할 것이다. 올림픽 명단은 6월6일까지 제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샤라포바는 1월 호주호픈 당시 채취된 시료에서 금지약물인 멜도니움이 검출돼 3월초 국제테니스연맹으로부터 일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아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비비시는 “지난주에 샤라포바가 세계반도핑기구(WADA) 청문회에 출석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보도하면서, 당시만 해도 러시아테니스연맹은 샤라포바가 다시 선수로 뛸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러시아테니스연맹이 샤라포바를 대표팀 명단에 포함시킨 것은 만에 하나 세계반도핑기구의 징계를 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멜도니움은 올해 1월1일부터 도핑약물이 됐는데, 그 이전에 사용했던 것이 체내에 남아있어 검출됐다면 사실상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세계반도핑기구는 4월초 “3월1일 이전에 검출된 멜도니움이 1 마이크로그램 이하일 경우에는 징계를 피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샤라포바의 경우 도핑물질로 등재된 1월 이후에도 멜도니움을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져 체내 잔류량과 별개로 처벌을 피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러시아테니스협회가 샤라포바를 대표팀에 포함시킨 것은 샤라포바를 올림픽에 출전시키겠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도핑으로 자격정지된 선수를 올림픽 대표로 선발한 것은 이미 도핑 징계를 마쳤음에도 이중징계 규정 탓에 대표팀에 뽑힐 수 없는 박태환의 사례와 대조적이다. 대한체육회는 “도핑 선수는 징계를 받은 이후라도 3년까지 대표팀에 발탁될 수 없다는 국내 규정을 지켜야 한다. 한 선수를 위해 규정을 개정하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이오시나 세계반도핑기구는 이중처벌은 잘못된 것이라며 인정하지 않는다. 대한체육회가 원칙을 강조하지만 사실상 상급 조직의 원칙과는 위배되는 원칙이다. 본디 원칙을 지키려는 이유는 부당한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 취지인데, 결과적으로 부당함을 호소하는 피해자(박태환)가 생겨나고 있다. 그렇다면 원칙에 대한 철저한 성찰이 필요하지만 대한체육회는 요지부동이다. 이 때문에 박태환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100, 200, 400, 1500m 자유형 올림픽 출전 자격(A기준 기록)을 얻었음에도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마음 고생을 하면서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박태환 쪽 관계자는 “동료와 함께 훈련할 수 없는 게 가장 힘들다. 코치진을 구성하기도 쉽지 않은 상태에서 선수가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소재지 정보 누락 등으로 도핑 징계를 받았던 이용대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했던 김앤장의 박은영 변호사는 최근 “도핑에 대한 국제 스포츠의 원칙은 일벌백계가 아니고 일벌일계다. 도핑으로 이미 벌을 받은 선수가 국내의 이중징계 규정 때문에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도록 한 것은 국제 스포츠계의 법 정서와는 맞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샤라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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