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럭비대표팀 선수들(파란색)이 5월24일 인천 남동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럭비챔피언십 일본과의 경기에서 공격을 하고 있다. 존 월터스 럭비대표팀 감독이 5월24일 인천 송도 라마다호텔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왼쪽) 대한럭비협회 제공, 김창금 기자
[통통 스타] ‘럭비의 히딩크’ 존 월터스 국가대표 감독
“히딩크 감독을 알고 있다. 한국을 월드컵에 꼭 진출시키고 싶다.”
뉴질랜드 출신의 존 월터스(44) 한국 럭비대표팀 감독은 럭비판 히딩크 효과를 꿈꾸는 외인 감독이다. 럭비 최강국인 뉴질랜드에서 선수로 활약했고, 홍콩과 일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뒤 3월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럭비 황무지인 한국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한국 선수들의 잠재력을 잘 알고 있다. ‘럭비 세계의 잠자는 거인’을 깨우고 싶어 왔다”고 했다.
한국에서 럭비는 ‘한데 종목’이다. 실업팀이 군인팀 상무를 포함해 4개뿐이고, 중·고·대학팀은 54개로 전체 등록 선수는 1272명에 불과하다. 이 자원에서 대표팀을 구성하려면 대학 선수도 불러와야 한다. 실업이나 대학팀의 연중 경기가 적기 때문에 경험 부족은 대표팀의 가장 큰 취약점이다. 5월21일 인천 남동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럭비챔피언십 일본과의 15인제 경기에서는 한국이 3-60으로 대패했다. 럭비가 워낙 대중화된 일본은 아시아 최강이다. 프로 16개팀의 톱리그가 있고, 대학리그 경기의 인기도 매우 높다고 한다. 이런 일본을 상대로 싸우기는 쉽지 않다. 월터스 감독은 “열심히 준비했지만 기량이 차이가 있다. 정신적인 측면에서 좀 더 침착해야 한다. 경험이 부족해 경기 운영에서 밀렸다”고 분석했다.
월터스 감독은 기술자문 리 스미스, 공격 코치 디온 뮤어, 체력 코치 존 길렛 등 뉴질랜드 스태프와 함께 럭비 대표팀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대한럭비협회가 어려운 살림에도 럭비 선진국의 외국인 사령탑과 코치진을 영입한 것은 2019년 일본 월드컵(15인제), 2020년 도쿄 올림픽(7인제)에서 큰일을 내겠다는 꿈 때문이다. 일본은 자동 출전국이어서 한국이 티켓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있다.
한국 럭비 어느 정도길래?
실업팀 고작 4개…일본 프로만 16팀
아시아챔프전서 일본에 3-60 대패
실전경험 적어 조직력·기술 집중 훈련 럭비 최강국 뉴질랜드서 왜 왔나?
도쿄럭비월드컵·올림픽서 일내러
개최국 일본 빠진 예선, 한국에 유리
“2019년 월드컵 출전이 목표” 월터스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대표팀의 한 선수는 “무척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확실히 새롭게 눈을 뜨는 것 같다”고 했다. 큰소리로 다그치기보다는 대화로 접근하고, 미세한 부분에서 기본을 잡아주자 신뢰가 높아졌다. 월터스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배운다. 체격과 스피드 등 물려받은 잠재력이나 재능이 워낙 돋보인다”고 했다. 24일 숙소인 인천 송도의 라마다호텔에서 이뤄진 체력 측정 결과를 받아본 월터스 감독은 “특별히 피트니스 훈련을 시킨 것도 아닌데 결과가 매우 좋다”며 놀라워했다. 우수 선수를 발굴할 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숫자는 상관이 없다. 적으면 더 집중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실업팀 선수조차도 연간 4~8회 경기 출전에 그치는 등 실전 경험이 부족한 것은 아쉽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한국 대표팀은 연간 7개월 장기 소집을 해 조직력을 끌어올린다. 그럼에도 월터스 감독은 “다른 나라에서는 선수들이 연간 20~30경기를 소화한다. 대표팀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대회 개최 시기와 대표팀 소집 시기가 겹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욕심을 냈다. 월터스 감독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디테일이다. 세계 무대에서는 작은 차이가 승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을 잡는 법과 패스, 태클, 걷어내기 등 기본 기술 지도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분야별 코치를 통해 포지션별 전술 이해도와 경기를 읽는 눈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그는 “몸의 방향이나 동작, 공을 잡는 위치, 스텝 등 작은 곳에서 나는 차이가 결국 상대를 잡느냐 못 잡느냐로 연결된다. 디테일에 강한 팀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월터스 감독은 4일 아시아럭비챔피언십 종료 뒤 18~19일 모나코에서 열리는 리우올림픽 7인제 럭비 대륙간 최종예선 패자부활전에 나선다. 한국을 비롯해 러시아, 아일랜드 등 16개국이 참가해 올림픽 티켓 1장을 놓고 싸운다. 못 이길 팀도 없지만, 1위를 차지하기도 힘들다. 월터스 감독은 “대회에 출전할 때는 항상 우승을 목표로 한다. 선수들에게도 그런 정신을 강조한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사가 되지 않고서는 이길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7인제와 15인제 대표팀을 모두 통솔하는 월터스 감독은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쉽지 않다. 장기 계획에 따라 꾸준하게 팀을 조련해야 한다. 최종 목표는 2019년 럭비 월드컵 출전”이라고 했다.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월드컵 꿈이 이뤄진다면 어떻게 될까. 월터스 감독은 “저보고 럭비의 히딩크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럭비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라며 손을 내저었다. 보호 장비라고는 헤드기어와 어깨에 대는 얇은 패드밖에 없다. 오로지 밀고, 잡고, 달리는 원시의 생명력만이 충만하다. 그래서 심판은 경기가 끝나면 ‘노사이드’(어느 편도 없다)라고 선언한다. 월터스 감독한테 히딩크는 히딩크일 뿐이다. 인천/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존 월터스 한국 럭비대표팀 감독
실업팀 고작 4개…일본 프로만 16팀
아시아챔프전서 일본에 3-60 대패
실전경험 적어 조직력·기술 집중 훈련 럭비 최강국 뉴질랜드서 왜 왔나?
도쿄럭비월드컵·올림픽서 일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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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월드컵 출전이 목표” 월터스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대표팀의 한 선수는 “무척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확실히 새롭게 눈을 뜨는 것 같다”고 했다. 큰소리로 다그치기보다는 대화로 접근하고, 미세한 부분에서 기본을 잡아주자 신뢰가 높아졌다. 월터스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배운다. 체격과 스피드 등 물려받은 잠재력이나 재능이 워낙 돋보인다”고 했다. 24일 숙소인 인천 송도의 라마다호텔에서 이뤄진 체력 측정 결과를 받아본 월터스 감독은 “특별히 피트니스 훈련을 시킨 것도 아닌데 결과가 매우 좋다”며 놀라워했다. 우수 선수를 발굴할 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숫자는 상관이 없다. 적으면 더 집중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실업팀 선수조차도 연간 4~8회 경기 출전에 그치는 등 실전 경험이 부족한 것은 아쉽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한국 대표팀은 연간 7개월 장기 소집을 해 조직력을 끌어올린다. 그럼에도 월터스 감독은 “다른 나라에서는 선수들이 연간 20~30경기를 소화한다. 대표팀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대회 개최 시기와 대표팀 소집 시기가 겹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욕심을 냈다. 월터스 감독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디테일이다. 세계 무대에서는 작은 차이가 승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을 잡는 법과 패스, 태클, 걷어내기 등 기본 기술 지도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분야별 코치를 통해 포지션별 전술 이해도와 경기를 읽는 눈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그는 “몸의 방향이나 동작, 공을 잡는 위치, 스텝 등 작은 곳에서 나는 차이가 결국 상대를 잡느냐 못 잡느냐로 연결된다. 디테일에 강한 팀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월터스 감독은 4일 아시아럭비챔피언십 종료 뒤 18~19일 모나코에서 열리는 리우올림픽 7인제 럭비 대륙간 최종예선 패자부활전에 나선다. 한국을 비롯해 러시아, 아일랜드 등 16개국이 참가해 올림픽 티켓 1장을 놓고 싸운다. 못 이길 팀도 없지만, 1위를 차지하기도 힘들다. 월터스 감독은 “대회에 출전할 때는 항상 우승을 목표로 한다. 선수들에게도 그런 정신을 강조한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사가 되지 않고서는 이길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7인제와 15인제 대표팀을 모두 통솔하는 월터스 감독은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쉽지 않다. 장기 계획에 따라 꾸준하게 팀을 조련해야 한다. 최종 목표는 2019년 럭비 월드컵 출전”이라고 했다.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월드컵 꿈이 이뤄진다면 어떻게 될까. 월터스 감독은 “저보고 럭비의 히딩크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럭비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라며 손을 내저었다. 보호 장비라고는 헤드기어와 어깨에 대는 얇은 패드밖에 없다. 오로지 밀고, 잡고, 달리는 원시의 생명력만이 충만하다. 그래서 심판은 경기가 끝나면 ‘노사이드’(어느 편도 없다)라고 선언한다. 월터스 감독한테 히딩크는 히딩크일 뿐이다. 인천/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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