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의 르브론 제임스가 20일(한국시각) 미국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승리로 우승한 뒤 아들과 딸을 데리고 나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클리블랜드/유에스에이 투데이 스포츠 연합뉴스
“땀과 피와 눈물을 쏟았다. 클리블랜드 당신을 위해.”
경기 종료 휘슬이 나자 르브론 제임스(32·클리블랜드)는 코트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한참을 울었다. 친정팀인 클리블랜드에서 드디어 일군 챔피언 타이틀. 세계 농구계의 왕 제임스도 벅차오르는 감동을 억누를 수 없었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20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2015~2016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결정 7차전에서 제임스와 카이리 어빙의 활약으로 스테펀 커리를 내세운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93-89로 격파했다. 1승3패를 뒤집은 4승3패의 대역전극이었다. 역대 미국프로농구 챔피언전에서 1승3패로 뒤지던 팀이 우승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트리플 더블(27점 11튄공 11도움)을 기록한 제임스는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클리블랜드는 창단 첫 우승도 일궈냈다. 반면 정규리그에서 만장일치 최우수선수상을 받았고, 2년 연속 챔피언전 정상에 도전했던 커리(17점)는 제임스의 빛에 가렸다.
‘킹 제임스’의 저력은 경기 끝날 때까지 보여준 관리 능력에서 느껴졌다. 돌파나 슈팅, 패스 등 전 부문에서 탁월한 제임스는 이날 경기의 템포를 꾸준하게 유지시키는 지휘자 구실을 했다. 최대한 확률이 높은 공격으로 큰 경기에서 벌어지기 쉬운 실수를 줄이려는 모습이었다. 물론 결정적인 순간에는 해결사로 나서 득점을 하거나 상대의 공을 쳐내는 등 과감하고 선굵은 동작도 선보였다.
팽팽한 승부는 4쿼터 종료 4분36초께 89-89로 원점이 되면서 불꽃을 튀겼다. 이후 3분여간 양 팀은 추가점을 뽑기 위해 혈투를 벌였지만, 공은 림을 외면하거나 강력한 수비벽에 막혔다. 이 과정에서 클리블랜드의 제임스는 상대 안드레 이궈달라의 슛을 블록해 기를 죽인 반면, 골든스테이트의 커리는 3점슛 기회를 무산시키는 등 기대 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56초를 남기고 클리블랜드 카이리 어빙의 3점슛이 터지면서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개인기가 뛰어난 어빙(26점)은 커리를 앞에 두고 3점 슛을 성공시켰고, 어빙의 득점에 자존심이 상한 커리는 종료 31초께 다시 한번 3점슛을 시도했지만 역시 불발에 그쳤다. 막바지 10초를 남기고는 제임스한테 득점 기회가 열렸다. 덩크슛을 시도하던 제임스는 상대의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 가운데 1개를 성공시키면서 93-89, 넉 점차로 간격을 벌였다. 이에 맞서 커리가 다시 한번 3점슛을 던졌지만 공이 림을 맞고 나오면서 명암이 갈렸다. 막판 1분여 동안 3개의 3점포를 적중시키지 못한 커리는 최고의 자리를 놓고 제임스와 벌인 싸움에서 판정패했다.
2003년 클리블랜드에서 데뷔한 제임스는 이날 우승을 각별하게 여기고 있다. 제임스는 세계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았지만 2010년까지 팀에 우승을 안기지 못하고 마이애미 히트로 옮겼다. 당시 클리블랜드의 팬들이 느낀 실망감은 매우 컸다. 그러나 2011~2012, 2012~2013시즌 마이애미의 챔피언전 우승을 이끈 제임스는 2014년 고향팀인 클리블랜드로 복귀했고, “우승을 위해 왔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이번 챔피언전에서 빛나는 투혼으로 1승3패의 열세를 딛고, 내리 3연승을 거두며 클리블랜드 안방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