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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소리에 땀 한말…그날을 위해 삼켜요

등록 2016-06-21 18:09수정 2016-06-21 18:09

【2016 Rio 우리가 간다】 유도 대표팀 막바지 훈련현장
남녀 12명, 최소 금2개 목표
바벨 160㎏까지 반복해 들기
지옥훈련 끝나면 연습경기
안창림이 21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유도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안창림이 21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유도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아~악!”

35㎏의 모래튜브를 어깨에 걸고 수직에 가까운 경사면에서 윗몸일으키기를 하던 안창림(73㎏급·수원시청)이 악을 쓴다. 그 속을 누구보다 잘 알 테지만 송대남 코치는 매몰차다.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10개 이상을 추가로 주문한다. 등짝은 땀에 번들거리고, 얼굴마저 달아올라 투명한 눈은 더 빛나 보인다. 오전 10시30분터 이어진 1시간30분의 체력훈련.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안창림은 “1등을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송대남 코치는 “선수들이 욕을 할 때도 있다. 이해한다. 내가 악역을 맡는다”고 했다.

21일 태릉선수촌 월계관에서 열린 남자유도 대표팀 선수들의 미디어데이는 체력훈련 열기로 후끈했다. 밧줄타기를 시작으로 복근과 하체 강화를 위한 윗몸일으키기와 스?, 기술훈련이 가미된 바벨 들어 올리기와 고무튜브 당기기까지 몸의 전 근육을 밀리미터 단위로 자극하고 단련시키는 듯했다. 바벨은 최대 160㎏까지 무게를 높여서 선 채로 들어 올렸다가 내리기를 반복한다. 80㎏ 바벨을 든 뒤 140㎏ 무게를 높인 이승수(81㎏급·상무)는 “80㎏은 몸을 풀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범인들이 상상하는 체력훈련을 뛰어넘는다. 남자 90㎏급의 세계랭킹 2위 곽동한(하이원)은 “힘들다고 생각하는 지점을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아무 생각도 안 든다. 그냥 한다”며 한계 상황을 설명했다.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은 남녀 12명이 출전해 최소 2개 이상의 금메달을 노린다. 훈련은 기술과 체력을 병행하는데, 한국의 경우 체력훈련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강동영 대한유도회 사무국장은 “체격과 힘을 앞세운 유럽형과 도복 훈련을 주로 하는 일본의 중간 형태로 보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몸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체력훈련이 달가울 리는 없다. 여자 국가대표인 48㎏급의 정보경은 “아침에 눈뜰 때마다 ‘이거 어떡하나’ 걱정이 밀려오지만, 운동을 시작하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고 했다.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밤 10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밥 먹을 때와 휴식을 제외하고는 운동으로 하루가 빼곡히 채워진다. 김재범과 왕기춘의 연습 파트너에서 당당히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차지한 이승수는 “중학교 때부터 이런 생활을 했다. 이젠 올림픽에서 빛을 보고 싶다”고 했다.

혹독한 훈련을 한 선수들의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 말고 달리 있을 수 없다. 누군가는 올림픽 메달로 일희일비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한다. 하지만 운동 한길만을 달려온 전문 선수들은 달리 꿈을 세울 수도 없다. 송대남 코치는 “올림픽을 한 번 준비할 때마다 선수들은 진을 다 뺀다. 그러니까 메달 못 따면 억울해서 운다”고 했다. 이런 마음 때문에 선수들은 지옥의 체력훈련도 달게 삼킨다. 일본에 있을 때보다 훨씬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재일동포 안창림은 “체력이 좋아졌다. 기술도 함께 올라갔다”고 말한다.

한국만의 독특한 훈련 방식도 있다. 남자 선수들이 고무튜브를 운동기구에 동여맨 뒤 순간적으로 당기면서 업어치기 동작을 좌우 30번 이상씩 하는 것이 그렇다. 송대남 코치는 “보기보다 힘들다. 동작을 몸에 익혀 머리로 생각하기 이전에 순간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선수들마다 보통 일주일에 고무튜브 1~2개를 끊어먹는다”고 했다.

점심을 먹은 유도 선수들은 오후 3시부터 도복훈련에 들어갔다. 리우올림픽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상대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를 골라서 맞춤형 훈련을 하는 것이다. 오전 체력훈련의 무거운 분위기와 달리 훨씬 경쾌하게 움직이며 기술을 익혔다. 이승수의 연습 상대로 리우에 가는 조상운(용인대)은 “선배들이 확실히 다르다. 많이 배우고 있다.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유도 대표팀은 국내에서 막바지 체력훈련을 한 뒤 7월22일 리우로 출발한다. 8월6일 가장 먼저 출전하는 남자 60㎏의 김원진(양주시청)은 “런던올림픽 때 훈련 파트너로 간 경험을 살려서 첫판부터 대표팀 전체에 사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성과를 내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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