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국가대표 박태환이 17일 오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그을린 얼굴은 밝았다. “목에 뭐라도 걸고 돌아와야죠”라고 말할 땐 자신감이 엿보였다. 지난 3년간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고, 최근 5개월간 가슴앓이를 했던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박태환의 ‘괴물 본능’이랄까?
박태환이 17일 인천공항에서 리우행 장도에 올랐다. 2주간의 미국 올랜도 전지훈련과 시차적응 뒤 현지시각 31일 리우에 입성한다. 올림픽 4개 종목(1500, 400, 200, 100m)에 출전하는 그가 한달 뒤 귀국할 때는 어떤 모습일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도핑 이중처벌 논란을 마감하고 네번째 올림픽 무대에 서는 젊은이는 기대에 넘치는 듯했다. 한 기자가 한달 뒤의 모습을 묻자, 박태환은 “한달 뒤에는 목에 뭐 하나라도 걸고 들어와야죠”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는 “정신적으로 힘든 순간이 많지 않았냐?”는 질문에,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수영이다. 수영하면서 마음을 조절하고,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했다. 불안감과 걱정에 가슴 졸이는 순간이 없지 않았을 것이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그는 “열심히 준비했고 훈련한 게 잘 나오기만 바란다. 메달 욕심을 내다보면 긴장해서 안 좋아질 수 있어 (욕심은) 내려놓고 레이스를 하겠다”고 말했다. 에이전트인 누나 박인미씨는 “도핑징계 해제 뒤에도 마음 고생이 심했다. 그렇다고 연습을 게을리 할 수는 없었다. 선수가 경기에 나설 때는 늘 자신감을 갖고 나간다”고 설명했다. 박태환도 “메달보다는 훈련했던 것이 잘 나오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팬들에 대한 감사도 전했다. 그는 “이제 올림픽 개막까지 20일 정도 남았는데 마지막 준비를 잘해서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겠다”고 재차 각오를 드러냈다. 또 “4년 전 런던올림픽을 준비할 때와는 큰 차이도 있지만 힘들게 나가게 된 올림픽이니 만큼 좋은 마무리를 짓고 싶다”고 바랐다.
박태환의 마무리 훈련에는 호주 국가대표 출신 로버트 헐리(28)가 훈련 파트너로 동행한다. 헐리는 2009년 로마 세계수영대회 자유형 400m 예선,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열린 팬퍼시픽대회 자유형 400m 결승에서 박태환과 함께 레이스를 펼치기도 했다. 박태환은 “예전에 호주 국가대표도 했고 경영대표 선발전 이전에 같이 훈련해 이미 잘 알던 선수다. 레이스 파트너가 같이 가는 것 자체가 장점”이라며 도움을 기대했다. 영종도/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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