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양궁 세계 1위 김우진(24)은 숫자 ‘4’를 싫어한다. 2012 런던올림픽 최종 선발전에서 4위를 하면서 대표팀에서 탈락해서가 아니다. 원래부터 싫어했다. 그래서 경기 전에는 숫자 ‘4’와 관계된 것은 되도록 피한다. 또 국에 밥을 말아먹지도 않는다. ‘말아먹다’라는 어감의 영향이 크다.
2016 리우올림픽에 참가하는 대표팀 선수들은 대부분 루틴(대회 전후로 똑같을 행동을 하는 것)대로 경기를 치른다. ‘내가 최고다’라거나 ‘나는 할 수 있다’를 머릿속으로 되뇌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한다. 실전처럼 연습하고, 연습처럼 실전을 치르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우진처럼 징크스가 있는 선수들도 더러 있다.
극적으로 와일드카드로 복싱 남자 56㎏ 출전권을 획득한 함상명(21)은 경기 전날 “비장한 각오를 다지기 위해” 꼭 유니폼을 입고 잠에 든다. 사격 25m 속사권총 김준홍(26)도 경기 전날 입었던 옷을 똑같이 입는다. 사이클 박상훈(23)은 중요한 경기에서는 새로운 장비을 쓰거나 새로운 유니폼을 절대 입지 않는 습관이 있다. 항상 경기 전에 한 차례 이상 착용한 뒤 사용한다.
펜싱 플뢰레의 허준(28)은 “경기 전에는 웬만하면 손톱을 자르지 않는다”. 남자 탁구 간판 주세혁(36)도 마찬가지다. “한번 시작된 습관(손톱 안 깎기)이 지금은 당연한 일”이 됐다. 레슬링 대표팀 류한수(28)나 이정백(30)은 경기 전 수염을 깎지 않는다. 신체 접촉이 많은 레슬링 특성상 수염은 또다른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이정백은 머리를 짧게 자르면 경기에 지는 경우가 많은 징크스도 갖고 있다.
여자 핸드볼 김온아(28)는 물건을 떨어뜨리면 결과가 좋지 않은 징크스가 있다. 그래서 경기 전에는 물건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상당히 의식하는 편이다. 선수들은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깨뜨리는 데 상당히 민감해서 경기 전 달걀프라이(달걀을 깨뜨려 조리하기 때문)조차 먹지 않는 선수도 있다. 요트 윈드서핑의 이태훈(30)은 “언젠가 간식을 먹고 쓰레기를 바다에 버렸을 때 경기를 망친 경험이 있어서 이후로 쓰레기를 줍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한다. 펜싱 에페 박상영(21)은 “경기 전 누군가한테 맞는 꿈을 꾸었을 때는 오히려 경기가 잘 풀린다”고 했다.
요트 레이저 종목의 하지민(27)은 징크스를 믿지 않는다. 그래서 “한때는 문지방 밟기, 밤에 손톱 깎기 등 다른 선수들이 징크스라고 여기는 것을 일부러 해본 적도 있다”고 고백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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