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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유연성의 폭발력, 전진 배치

등록 2016-07-27 18:43수정 2016-07-27 20:43

[리우올림픽, 숨은 1인치] 이용대-유연성의 금빛 작전은
이용대(오른쪽)와 유연성이 6월5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2016 인도네시아오픈 배드민턴 남자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차이뱌오-훙웨이와 맞서고 있다.  자카르타/AP 연합뉴스
이용대(오른쪽)와 유연성이 6월5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2016 인도네시아오픈 배드민턴 남자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차이뱌오-훙웨이와 맞서고 있다. 자카르타/AP 연합뉴스

지름 2.5㎝ 안팎의 둥그런 코르크에 14~16장의 거위털을 달고 있는 5g짜리 원뿔형의 셔틀콕. 최고 시속 330㎞ 안팎으로 상대 코트에 꽂히지만 속도가 승부의 전부는 아니다. 0.1초의 승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2년 남짓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로, 2016 리우올림픽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이용대(28·삼성전기)-유연성(30·수원시청) 짝. 사뭇 다른 장점을 보유한 둘은 각기 다른 스타일로 환상의 콤비를 이룬다. 1m81, 76㎏인 유연성은 최고 시속 302㎞에 이르는 폭발적인 오른손 스매싱으로 상대를 공략한다. 1m80, 74㎏인 이용대는 네트플레이 등 전위에서의 노련한 경기운영, 그리고 신들린 듯한 수비로 수비가 다소 취약한 유연성을 커버하며 세계 최정상으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의 각 슈퍼시리즈나 올림픽 무대에서는 경기력 하나만 앞선다고 우승을 장담할 수는 없다. “전력이 평준화한 남자복식 등 배드민턴 경기에서는 징크스가 더 무섭다. 남자단식 최강자인 중국의 천룽(26)을 봐라. 세계 1위지만 세계 9위 한국의 손완호(28·김천시청)만 만나면 쩔쩔맨다. 세계랭킹이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올림픽 같은 큰 무대는 상대적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한국스포츠개발원에서 배드민턴을 담당하는 성봉주 박사의 분석이다.

성 박사는 “확률상으로는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이용대-유연성 짝의 금메달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은데 올림픽이기 때문에 모른다. 최근 인도네시아 짝에게 자주 패한 것이 걸린다”고 걱정한다. 한국스포츠개발원 분석에 따르면 배드민턴의 경우 경기력은 무엇보다 체력(43.8%)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그다음이 기술(28.2%), 정신력(15.4%), 전술(12.5%) 등 차례다. 체력 요인 중에서는 민첩성과 심폐지구력이 각각 20%로 가장 중요하고, 근력, 근지구력 근파워가 각각 15%를 차지한다. 그리고 유연성 10%, 평형성 5%가 영향을 준다.

이번이 올림픽 세번째 무대인 이용대나 유연성이 대회가 임박할수록 체력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성봉주 박사는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고도의 집중력과 정신력으로 실수를 최소화하는 게 전력이 평준화된 남자복식에서는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각종 슈퍼시리즈를 통해 1년에 몇 번씩 상대를 자주 만나 서로의 장단점을 훤히 잘 아는 것도 승부의 중요한 변수다. 실제 이용대는 2012 런던올림픽에서 정재성과 짝을 이뤄 남자복식 동메달을 따낸 이후, 파트너를 고성현에서 다시 유연성으로 바꾸어 세계 1위로 군림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세계 2위인 인도네시아의 숙적 모하맛 아산(29)-헨드라 세티아완(32) 짝에게 잇따라 덜미를 잡혀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둘은 이들에게 자꾸 덜미를 잡히다 보니 이들만 만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징크스까지 생겼다. 리우에서도 이것을 극복하는 게 최대 과제다.

이용대-유연성은 승승장구했으나 2014 인천아시안게임 때 아산-세티아완과 결승전에서 만나 1-2(16:21/21:16/17:21)로 패하며 금메달을 놓쳤다. 이후 2015 아시아선수권에서 2-1(18:21/24:22/21:19)로 이기며 복수를 했지만, 지난해 12월 두바이 월드시리즈 파이널스에서는 다시 1-2(17:21/24:22/15:21)로 지고 말았다. 지난 5월 세계남녀단체선수권(토머스 & 우버 컵)에서도 만나 0-2(15:21/12:21)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남자복식을 확실한 금메달감이라고 예상하면서도 한국 배드민턴 코칭스태프가 마음을 놓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이유다.

런던올림픽 때로 돌아가보자. 당시 선배인 정재성과 짝을 이룬 이용대는 세계 1위로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지만, 4강전에서 늘 껄끄러운 상대였던 덴마크의 마티아스 보에(36)-카르스텐 모겐센(33) 짝에게 막판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덜미를 잡혔다. 객관적 전력이나 전술보다는 체력, 집중력 등이 좌우한 승부였다. 결국 이용대-정재성 짝은 3~4위전으로 밀려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고, 국가대표 고별전이었던 정재성은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이용대-유연성에게는 인도네시아 선수 말고도 세계 4위 중국의 푸하이펑(32)-장난(26), 세계 6위 마티아스 보에-카르스텐 모겐센, 그리고 세계 3위로 올라선 대표팀 후배 김사랑(27)-김기정(26·이상 삼성전기) 짝도 기량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위협적인 상대들이다. 특히 김사랑-김기정은 지난 4월 말레이시아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4강전에서 이용대-유연성을 누르고 우승트로피까지 들어 올린 바 있다.

한국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이용대-유연성의 전술 변화를 비장의 카드로 준비하고 있다. 둘을 전담 지도하는 강경진 대표팀 코치는 “이용대는 후위 플레이가 약하고 전위 플레이는 강하며, 유연성은 후위 공격이 강하다는 걸 상대들이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이용대의 후위, 유연성의 전위 플레이 비중을 기존 7 대 3에서 6 대 4로 바꾸는 전술을 구사하려 한다”고 밝혔다. 스매싱 속도보다 치밀한 작전, 그것이 배드민턴의 메달 색깔을 바꾼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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