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손님 덕에 아들 올림픽 경기 보게 된 우버 기사

등록 2016-08-08 11:50수정 2016-08-08 13:52

넉넉지 않은 형편 탓에 아들의 올림픽 경기를 보러 갈 꿈도 못 꿨던 한 아버지가 ‘따뜻한 기적’을 만나 리우행을 앞두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미국 필라델피아의 우버 기사 엘리스 힐이다. 힐은 손님을 태울 때마다 약 20달러 정도를 손에 쥔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태웠던 손님은 그에게 `기적’을 선물했다.

손님은 필라델피아 공항에서 탄 리즈 윌록이다. 윌록은 시카고에서 비행기를 놓치고 그 다음 비행편을 이용해 필라델피아에 도착했다. 비행기를 놓치지 않았다면 우버를 부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뒷좌석에 앉은 윌록은 호텔로 가는 길에 힐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둘의 대화는 스포츠로 옮겨갔다. 윌록은 지인 중에 올림픽에 출전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러자 힐도 올림픽 출전자 중에 지인이 있다고 밝혔다. 다름아닌 자신의 아들이었다. 아들 대럴은 오는 18일 미국 투포환 대표선수로 경기장에 설 예정이었던 것이다.

은퇴한 버스 운전기사였던 힐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4주 전 우버 기사로 뛰기 시작했다. 아들의 경기는 집 거실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형편이었다. 차를 내리며 윌록은 힐에게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르는 약속을 했다. 내가 당신을 리우올림픽에 보내주겠다고.

리즈 윌록(왼쪽)과 엘리스 힐이 함께 찍은 사진으로 윌록이 사연과 함께 고펀드미페이지에 올렸다. 고펀드미 누리집 갈무리
리즈 윌록(왼쪽)과 엘리스 힐이 함께 찍은 사진으로 윌록이 사연과 함께 고펀드미페이지에 올렸다. 고펀드미 누리집 갈무리

윌록은 “어떤 부모라도 사랑하는 자식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것이기 때문에 (힐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팠다”며 자신이 `무모한’ 약속을 한 배경을 지난 5일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윌록은 우선 자신의 마일리지를 선물하려고 알아보다가 지난달 30일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고펀드미(GoFundMe.com)에 힐의 사연을 간단히 올리고 왕복 비행기 표 값, 숙박비, 식비, 기념품비 등으로 7500달러 모금을 목표로 세웠다. 힐의 아들 대럴은 트위터에 이 페이지를 공유했다. 곧 대럴의 동료이자 2012년과 2014년 실내 투포환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 라이언 휘팅이 대럴의 트윗을 리트윗했다. 이틀 만에 모금액은 목표를 넘어섰다. 1주일 동안 152명이 기부에 참여해 8200달러가 모였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모금액은 1300달러였어요. 근데 일어나보니 4025달러인 거에요.” 힐이 <시비시>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모금이 시작된 이튿날 아침 힐은 한 방송의 전화를 받았다. “`기분이 어떠냐’고 묻길래 `뭐가요?’라고 답했는데 방송사에서 `목표 금액을 넘어섰어요!’라고 하더라.” 힐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윌록은 “이 전 과정에서 정말 마법 같은 일들이 많이 있었다”며 “정말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새 임상실험을 찾아 나서는 환자들의 이동을 기획해주는 회사에 다니는 윌록과 선뜻 지갑을 연 따뜻한 마음들이 이뤄낸 작은 기적이었던 것이다. 50달러를 기부한 미셸 로스는 윌콕에게 “좋은 사람”이라며 힐에게는 “아들에게 행운을 바란다”고, 250달러를 내놓은 버지니아 포드는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아들이 리우올림픽에서 미국을 위해 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건 큰 기쁨”이라며 힐에게는 “좋은 시간 보내라”, 아들 대럴에게는 “엄청난 행운이 있길” 바랬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선행을 베푼 사람은 윌록과 기부자들뿐이 아니다. 대럴의 팀 동료이자 투포환 세계선수권 챔피언인 조 코박스는 대럴 아버지 사연을 듣고 힐을 위해 자신의 가족이 묵을 호텔에 방 하나를 더 예약하고 계산까지 마쳤다.

힐은 오는 15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출국할 예정이다. 대럴은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경기표를 확보해놓은 상태다.

힐은 “이게 아들이 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다는 걸 의미하길 바란다”며 “왜냐면 솔직히 아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걸 걸어야 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