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주전급’ 식스맨 이규섭 1일 최다득점 ‘펄펄’
“컨디션 최고 느낌도 좋아” 절정 골감각 ‘시위’
“준비는 끝났습니다. 느낌도 좋구요. 벤치에서 얼마나 저를 활용하느냐가 열쇠겠죠.”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이규섭(28)은 올해 절정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96㎏을 웃돌던 몸무게도 92㎏으로 줄어 몸이 가볍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식스맨’이다. 서장훈-강혁-이정석으로 이어진 삼성의 화려한 라인업 때문이다. 외국인선수가 1명만 뛸 수 있는 2쿼터에서나 그는 확실히 ‘주전’을 꿰찬다.
이규섭은 1일 안양 케이티앤지(KT&G)와의 잠실경기에서 벤치를 향해 자신의 존재를 뚜렷이 새겼다. 이날도 선발에선 빠졌지만, 1쿼터 3분30초께 4-12로 8점이나 점수가 뒤지자, 슛감각이 좋지 않은 서장훈 대신 코트에 나섰다. 그리고 3점슛 3개 등 11점을 꽂아넣으며 분위기를 삼성쪽으로 되돌렸다. 이날 무려 33분간 뛰며 두 팀 최다득점인 21점(3점슛 5개)을 쏟아부으며 1점차 승리(81-80)의 일등공신이 됐다. 3튄공잡기 2도움주기 1가로채기도 곁들였다.
이규섭은 지난 시즌 내내 무릎 부상에 시달렸다. 올 시즌엔 부상은 거의 나았지만 훈련 때마다 다시 재발하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도 여전하다. 그러나 그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낯선’ 식스맨 생활. 1m98의 큰 키이면서도 중장거리슛이 정확해 다른 팀에 가면 충분히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실력이지만, 삼성의 호화멤버는 그를 장시간 코트에 둘 수 없다. 그는 “몸도 가볍고 슛감각도 좋다”며 벤치를 향해 은근히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이규섭은 무엇보다 팀의 ‘조화’를 강조한다. “우승을 위해서라면 스몰포워드건, 슈팅가드건 팀에서 원하는 것은 죽기살기로 하겠습니다.” 그의 다부진 각오에 안준호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을지도 모른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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