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금 기자의 무회전 킥
2020 도쿄올림픽 일부 종목의 한국 분산개최 안이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한·중·일 스포츠 협력이 구체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언론은 최근 올림픽 개최도시인 도쿄도의 고이케 유리코 지사가 조정·카누 경기장을 새로 짓는 대신에 일본 내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쪽으로 계획 변경을 고려하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한국의 충주 조정경기장을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이웃 나라에서 올림픽을 분산 개최한다는 발상의 전환만으로도 달라진 올림픽을 실감나게 한다.
도쿄도나 아이오시의 움직임을 보면서 떠오른 것은 평창이다. 아이오시는 2014년 ‘어젠다 2020’을 발표해 경제와 환경을 염두에 둔 지속가능한 올림픽 개최를 사실상 촉구했고, 국내적으로는 시민·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분산개최 요구가 있었다. 정부의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일본과의 분산개최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서울 목동이나 태릉의 스케이트장을 활용해 아이스하키와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을 강원도 이외의 지역에서 개최하는 것을 가능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소통하지 않는 대통령이 “분산개최는 없다”고 못박으면서 모든 논의는 실종했다.
현재 평창의 슬라이딩센터나 강릉의 빙상콤플렉스 등 각종 시설공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다. 더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시설 잘 만들어서 활용하는 길밖에 남지 않았다. 다만 도쿄올림픽 조정·카누가 한국에서 열리는 등 분산개최가 이뤄진다면 평창의 활용도가 커질 수도 있다. 2022 겨울올림픽 개최지인 베이징이 한번 쓴 뒤 사용도가 떨어지는 슬라이딩센터를 짓는 대신 평창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교류는 정치적 마찰로 불편한 한·중·일 3국의 상호 이해를 높이기 위한 윤활유가 될 수 있다. 지난달에는 평창에서 한·중·일 스포츠장관이 회담을 열고 ‘평창선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평창이 주도적으로 분산 안을 채택했더라면 비용뿐 아니라 사후 관리 측면에서 국민의 부담이 적어질 수 있었다. 수도권 인구의 규모나 빙상시설 이용도, 구매력은 강릉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올림픽 운동 측면에서도 선도적인 모범을 남길 수 있었다. 조정·카누장의 건설 사업비가 애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500억엔(5400억원) 이상이 되자 대안을 고민하는 도쿄도나, 아이오시의 분산개최 시각을 보면서 다시 한번 평창을 생각하게 된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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