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지난 29일 엘지와의 경기에서 작전 지시를 하는 동안 찰스 로드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케이비엘(KBL) 제공
일시적 난조인가, 동력 실종인가.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이 시름에 빠졌다. 지난주까지 치른 개막 뒤 4연패는 창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0월22일 안방에서 열린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팀의 중핵 양동근이 손목 부상으로 3개월 재활치료에 들어간 것이 결정타가 됐다.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주말 엘지와의 경기에서는 외국인 선수 네이트 밀러마저 햄스트링 부상으로 탈락했다. 시즌 전 신인 드래프트 최대어 이종현을 뽑은 기쁨도 잠시. 유재학 감독은 “여러 가지로 꼬였다. 그동안 많이 뛰지 못했던 선수들이 경험을 쌓으며 제 몫을 해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주엽 해설위원은 “모비스는 양동근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팀 전력의 차이가 크게 나는 팀이다. 상무에 있는 양동근의 대체 자원 이대성과 부상 치료 중인 이종현이 내년 1월께 복귀할 때까지는 만만하게 볼 상대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양동근은 모비스의 중심이다. 35살이지만 성실한 몸 관리는 정평이 나 있다. 전문가들은 젊은 후배들한테 힘과 기교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 양동근이 앞으로 몇 년간 방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유재학 감독도 코트를 휘젓고 다니는 파워를 믿고 ‘양동근 이후’를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돌발변수에 흔들린 것은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양동근과 함지훈, 외국인 선수 둘에 한명의 토종 선수가 추가된 베스트 5 구성이 헝클어졌다. 특히 어려울 때 중심을 잡아줘야 할 찰스 로드가 썩 만족스럽지도 않다.
물론 시즌은 길고, 모비스는 강하다. 언제든 상위권에 오를 수 있는 저력을 갖추고 있다. 밀러의 대체 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잘 발굴한다면 위기는 기회가 된다. 양동근을 비롯해 이대성, 이종현은 내년 1월 말께면 팀에 합류가 가능하다. 전통적으로 4~6라운드 뒷심을 발휘해온 것도 모비스의 강점이다. 유재학 감독의 혹독한 훈련을 받을 경우 잠재력을 갖춘 이종현의 경기력은 한 차원 더 성숙해질 수 있다. 후반기 폭발력이 매서워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유재학 감독은 “결국 우리 팀의 젊은 선수들이 전반기에 어느 정도 버텨주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모비스는 11월2일 동부 원정경기에서 시즌 첫 승리에 도전한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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