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단신 외국인 선수 마이클 크레익이 지난 2일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가랑이 사이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케이비엘(KBL) 제공
이상민 프로농구 삼성 감독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근육질의 탱탱볼 선수 마이클 크레익(25) 때문이다.
미식축구에도 기웃거렸던 크레익은 188㎝, 117㎏의 당당한 체구를 자랑한다. 구단이 별명을 응모하자 팬들은 포클레인을 연상시키는 ‘포클레익’을 제안하기도 했다. 실제 상대방 선수들은 스치기만 해도 나가떨어진다. 그런데 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로채기 전체 4위(경기당 2개)에 오를 정도로 센스와 스피드가 있고, 넓은 시야로 경기당 도움주기 4.3개와 17.75점을 올리고 있다. 2라운드 7순위로 뽑은 외국인 선수로는 대박급이다.
2일 단독선두 오리온과 벌인 잠실 혈투. 크레익은 2차 연장 경기 중 18분 동안 10득점에 그쳤지만 팀 승리에 기여했다.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득점력은 최고의 장점. 77.5%에 이르는 야투 정확도는 팀 내 최고 수준이다. 지난 시즌까지 결정적인 순간 뒷심 부족으로 무너졌던 삼성 선수단은 새로 가세한 김태술의 경기 조율과 크레익의 합류로 자신감이 충만하다. 3승1패를 달리며 선두권 경쟁을 펼치는 이상민 감독은 평소 “크레익은 다재다능한 선수다. 하지만 한국 농구에 더 적응해야 하고, 수비 때 악착같은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크레익의 팔 근육을 보면 보통 선수들의 2배는 돼 보인다. 그러나 기술을 겸비한데다 쾌활한 성격에서 나오는 쇼맨십까지 농구 팬들한테는 볼거리가 늘었다. 현주엽 해설위원은 “두툼한 몸을 움직이며 상대방과 몸을 붙인 상태에서 플레이를 잘한다. 문태영과 김준일이 안 좋을 때도 크레익과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공격 리바운드를 챙겨주니까 선수들이 마음 놓고 슛을 한다. 선수 간 약속된 움직임만 보강된다면 삼성이 강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초반이어서 크레익의 주가가 어디까지 오를지는 미지수다. 프로에 데뷔한 지 2년밖에 안 됐고, 한때 농구를 접고 미식축구 선수로 전환을 꾀하기도 한 전력도 독특하다. 하지만 이상민 감독의 말처럼 체력적으로 더 보강하고, 수비 헌신성을 높인다면 이만한 선수는 없다. 화려한 플레이와 덩크슛 재능, 다양한 몸짓까지 팬서비스 차원에서는 일단 기대치를 넘어섰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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