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6월말 국회 상임위원회 대정부 질의에서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체인 케이(K)토토의 운영비 집행 문제점 지적에 대해, “계약해지 사안”이라고 말한 것이 뒤늦게 눈길을 끌고 있다. 당시 케이토토에서 횡령 등의 이유로 해임된 임원이 작성한 내부고발 내용을 입수한 한 의원이 관련 질문을 하자, 김 전 차관은 바로 “계약해지 사안”이라고 밝혔다. 경영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이창섭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이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과도 차이가 난다. 더욱이 김 전 차관이 이런 답변을 하기 위해 회의장 밖에서 해당 의원에게 “케이토토의 문제점이 계약해지 사안이 되느냐?”고 물어봐 달라고 요청해, 그 배경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문체부 차관으로 부임한 이래 케이토토와 악연을 갖고 있다. 2014년 5월 케이토토가 토토 사업권을 따기 위해 팬택씨앤아이와 경쟁할 때부터 우호적이지 않았다. 문체부 산하의 체육진흥공단이 조달청에 보낸 사업제안 요청서가 팬택 쪽에 사전에 유출돼 관련자들이 나중에 형사처벌되는 일이 벌어졌고, 케이토토가 조달청 심사로 우선협상대상자가 됐을 때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적극적으로 계약에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케이토토 제안서의 자금조달계획과 가격입찰서의 위탁운영비 사이에 차이가 크다며 협상 부적합 의견을 냈다.
그러자 2순위인 팬택이 협상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소송을 냈고, 문체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모든 법적 책임과 비용을 우리가 질 테니 팬택과 계약하게 해달라”며 조달청에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고법에서 팬택이 패소하면서 케이토토가 1년 만에 계약을 맺었지만, 1년간의 사업 공백 시기에 기존 사업자에게 두 배의 위탁수수료를 지급하면서 654억원의 국고가 손실됐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었다.
이후에도 케이토토에 대한 김종 전 차관의 압력은 멈추지 않았다. 케이토토 대표는 김 전 차관의 요구에 따라 김 차관의 교수 시절 주요 활동 영역이었던 스포츠산업협회 회장을 맡아야 했고, 올해 초에는 문체부의 협조 요청(?)으로 스포츠토토빙상단을 창단해야 했다. 케이토토 관계자는 “스포츠산업협회 회장을 맡게 되면 각종 포럼이나 학회 때 후원을 해야 하고, 빙상팀의 경우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사후 정산을 한다고 하더라도 연간 40억 규모의 예산을 미리 집행해야 해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6월 “계약해지”라는 극단적인 발언까지 나오자 케이토토 쪽은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7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케이토토에 대한 정기감사에 들어갔고, 케이토토의 이의신청을 받지도 않은 감사 결과가 국회 상임위원회에 제출제기도 했다. 케이토토 관계자는 “공단으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았지만 고문이나 자문을 위촉하는 것은 사기업의 고유한 경영 영역인데 이런 것도 계약위반이라고 할 땐 대책이 없다. 지속해서 흠집을 내는 것을 보면 향후 스포츠토토 사업을 문체부 산하 공단을 통해 직영하면서 최순실씨 등이 관여한 케이스포츠재단 사업을 도우려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얘기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했다.
류태호 고려대 교수(체육학)는 “김 전 차관의 행동은 납득하기 힘들다. 문체부가 토토 사업을 직영한다는 발상은 매우 큰 문제가 있다. 만약 문체부가 직영으로 토토 사업을 하면, 그 문체부는 누가 관리하고 감독하는가. 인사권을 어떤 식으로 행사할지는 최근 사태를 보면 명확하다. 더욱이 정부가 민간업자의 경영 마인드를 따라갈 수가 없는 시대이고, 사행성 사업을 국가가 주도한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김 전 차관의 수상한 행보가 자꾸 이상한 추측으로 연결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글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