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의 새내기 최준용(35번)이 1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경기에서 동부 김주성 앞에서 손을 뻗어 수비하고 있다. KBL 제공
문경은 에스케이(SK) 감독은 싱글벙글한다. 새내기 특급 3인방 중 한 명으로 꼽힌 최준용(24) 얘기가 나오자, “최준용, 잘하죠”라며 칭찬부터 한다. 내로라하는 프로 무대에 데뷔한 지 한 달도 안된 애송이 선수. 하지만 감독의 신뢰에 선수는 두려움이 없다.
겁 없는 신인 최준용이 드래프트 최대어 이종현(모비스), 강상재(전자랜드)와의 경쟁에서 성큼 앞서가고 있다. 이종현이 발등부상으로 개점휴업한 상태이고, 강상재가 식스맨으로 보조 역할을 하는 새 최준용은 팀의 주전을 확보해 펄펄 날고 있다. 지난달 22일 개막 이래 8경기 전 경기에 나서 평균 33분을 뛰었다. 2·3쿼터에는 외국인 선수 2명이 출전하는데도 이 정도 출장시간을 보장받는 것이 대단하다.
기록은 문 감독의 기대치에 근접했다. 15일 현재 최준용은 국내 선수 튄공잡기 1위(경기당 10.13개)이며, 평균 8.3점을 올리고 있다. 내외국인을 통틀어 가로막기 부문에서는 2위(1.75개)를 달리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은퇴한 서장훈 이래 처음으로 토종선수의 두 자릿수 튄공잡기 기록이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8.3점의 득점력도 준수하다. 2m의 키, 95㎏의 빅맨이지만 스피드가 좋아 쉴 새 없이 속공에 가담한다. 11일 동부와의 안방경기 4쿼터에서는 상대의 노장 김주성의 슛을 쳐내는 등 과감한 플레이로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장점은 많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문경은 감독은 “대학에서는 센스만 갖고도 살아남을 수 있지만 프로에서는 자기만의 확실한 무기가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70~80% 수준에 맞춰서는 안 된다. 100%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조금씩 득점력과 수비력을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아마 시절에는 마음껏 공격 욕심을 낼 수 있었지만 쟁쟁한 선배들이 버티고 있는 프로에서는 무작정 던질 수 없다. 속공 때 템포를 죽이지 못해 실수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 경험이 부족한 탓이다. 다만 부지런히 뛰며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살림꾼 구실을 하면서 주전 자리를 굳혔다.
현주엽 해설위원은 “감독의 믿음이 선수한테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신인이지만 전혀 위축되지 않고, 리바운드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열정이 좋다. 시즌을 마칠 때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실력을 더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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