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의 김주성이 15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외곽슛을 하고 있다. 케이비엘(KBL) 제공
3점슛 성공률 55.6%, 경기당 평균 2.2개 3점슛.
동부 센터 김주성(37)의 올 시즌 활약은 골밑지기와는 거리가 있다. 도움주기(경기당 3.7개)와 평균 12득점까지 합치면 특급 가드나 슈터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15일 원주에서 열린 오리온과의 경기에서는 실제 3점슛 4개를 터뜨려 팀의 96-95 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20개의 3점슛을 성공시켜 지난 시즌 총 3점슛(32개) 개수를 조만간 넘어갈 기세다.
2002년 동부 입단 이후 15년간 원클럽맨으로 뛴 김주성은 우리 나이로 38살. 보통 선수라면 체력적으로 허덕일 수 있다. 하지만 성실한 몸관리의 대명사인 김주성은 슛 정확도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해 주가를 높이고 있다. 현주엽 해설위원은 “나이가 들면 몸싸움을 피하고 쉬운 것을 하려고 외곽으로 나올 수 있다. 그런데 김주성은 체력의 약점을 슛 거리를 늘린 정확한 슛 연습으로 보완하고 있다. 슛은 갑자기 좋아지지 않는데 베테랑 선수가 3점슛을 정밀하게 쏜다는 것은 남들이 모르는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3점슛이 위력적이니 김주성을 맡은 상대의 큰 선수들은 밖으로 따라 나올 수밖에 없다. 골 밑 농구를 하는 웬델 맥키네스(1m92)와 로드 벤슨(2m6)이 김주성이 만들어준 빈곳을 파고들면서 공격 옵션은 더 다양화됐다. 수비 때는 윤호영과 더불어 거미손처럼 양팔을 뻗어 상대를 압박해, 앞선의 동료들은 공을 가진 상대 선수만 쫓아가도 된다.
물론 골 밑을 피하는 것도 아니다. 평균 6.7개의 튄공을 잡아내고, 3.7개의 도움주기로 팀 공격의 촉매 구실을 한다. 무조건 슛을 쏘지 않는 등 절제하면서 조심스럽게 경기를 한다. 가드가 횡으로 돌려서 하는 패스를 받기보다는, 주로 골 밑에서 밖으로 빼주는 패스를 받아 쏙쏙 집어넣는다. 지난 시즌과 달리 몸 상태가 좋아져 팀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팀을 상위권(6승3패·3위)에 올려놓았다.
동부 관계자는 “동부는 김주성을 중심으로 하는 팀 색깔을 유지해와서 김주성의 존재 유무가 전력에 큰 영향을 준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아마 시즌이 끝날 때쯤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 현주엽 해설위원도 “동부를 만나는 팀들은 김주성 때문에 까다로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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