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27)이 리우 올림픽 이후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며 부활했다. 올림픽 은메달 기록이어서 더 값졌다.
박태환은 17일 오후 일본 도쿄 다쓰미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수영대회 첫날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5초16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오전 예선에서 1분49초78을 기록해 전체 3위로 결승에 진출했던 박태환은 거침없이 물살을 가르며 가장 먼저 결승선에 다다랐다.
박태환은 처음 50m를 24초59로 가장 먼저 통과한 뒤 경기 내내 1위를 유지했다. 2위를 기록한 왕쉰(중국·1분47초07)과 2초 가까이 격차를 벌리며 넉넉하게 우승을 차지했다. 이 기록은 리우 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m 은메달 채드 르 클로스(남아프리카공화국·1분45초20)보다 앞선다.
박태환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시절 체육정책의 대표적인 피해 선수다. 문체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원칙을 거스르는 국내 대표선수 선발 규정을 고집하며 박태환을 리우에 보내지 않으려고 했다. 이중징계를 인정하지 않는 국제 스포츠계의 원칙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국내규정을 앞세워 대표선수 자격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결국 국제 스포츠중재재판소(CAS)까지 가는 공방 끝에 올림픽 출전권을 얻은 박태환은 정신적으로 만신창이가 됐고, 리우 올림픽 자유형 200m 예선에서 29위(1분48초06)로 탈락했다.
이후 각고의 노력과 새로운 도전이라는 목표, ‘흥’을 배경으로 부활의 물살을 갈랐다. 박태환은 지난달 10일 열린 전국체육대회 자유형 200m 결승에서도 1분45초01로 1위를 차지해 자신이 보유한 한국 기록(1분44초80)에 근접하는 기량을 선보였다. 대회 첫날부터 우승으로 기분 좋게 출발한 박태환은 18일 자유형 400m, 19일 자유형 100m와 1500m, 20일 자유형 50m에서 메달 사냥에 나선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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