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체포된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가 20일 새벽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나와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씨의 스포츠 쪽 대리인으로 알려진 장시호씨가 강릉시청 빙상단 감독 인사에도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가 20일 입수한 자료를 보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사무총장을 맡았던 장시호씨는 강릉시청 빙상단 감독 자리가 빈 지난해 초 송석우 감독의 이력서를 받았고, 실제 얼마 뒤 송 감독은 강릉시청 감독으로 부임하게 된다.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이 이력서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한테 넘겼을 개연성이 의심된다. 당시 주변에서는 장시호를 통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말이 나왔다.
장시호씨는 애초 빙상인 김동성씨한테 강릉시청 빙상단 감독 자리 얘기를 꺼냈지만 김동성씨가 거부하자 송석우 감독을 대신 낙점했다. 장시호씨는 이후 6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창립을 실질적으로 주도했고, 이 과정에서 김종 전 차관의 도움을 받았다. 문체부의 경우 사업목표도 불투명한 이 단체에 6억7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고, 김종 전 차관은 제일기획 등 삼성 쪽을 압박해 영재센터에 16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장시호씨가 김종 전 차관의 적극적인 조력으로 영재센터 사업을 펼치면서 강릉 연고의 빙상팀 지도자로 측근을 앉힌 것도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송석우 감독이 강릉시청 빙상팀 감독이 된 이후, 올해 1월에는 영재센터의 이규혁 전무가 강릉스포츠토토 빙상팀 감독에 취임했다. 이규혁 감독은 이전에 뚜렷한 지도자 경력이 없었고, 강릉스포츠토토 빙상팀은 김종 전 차관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문체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만들었다.
빙상계 관계자는 “장시호씨가 강릉을 연고로 하는 두 개의 빙상팀 지도자 자리에 잘 아는 사람을 앉히는 데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강릉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면 스피드스케이트장 등을 유산으로 갖게 되는데, 혹시 아이스링크 사업이나 운영 이권과 관련해 미리 포석을 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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