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이 21일 도쿄 시내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아시아수영대회 출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당시엔 (김 전 차관이) 너무 높으신 분이라서 무서웠다.”
아시아수영대회 4관왕에 오른 박태환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올림픽 포기 외압 논란에 대해 “무서웠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21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전 차관으로부터) 기업 후원이나 대학교수 관련된 얘기가 나왔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올림픽에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지난 5월25일 대한체육회 관계자와 함께 김종 차관을 만나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김종 차관은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기업 스폰서와 연결해주겠지만, 출전을 고집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발언을 했다. 또 “(기업 스폰서) 그런 건 내가 약속해줄 수 있다. 단국대학교 교수 해야 할 것 아냐. 교수가 돼야 뭔가 할 수 있어”라며 박태환을 회유하려고 시도했다.
당시 박태환은 올림픽 출전 기준기록을 충조시킨 국내 유일의 남자 자유형 선수였지만, 김종 차관은 도핑선수는 징계 이후라도 3년간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없다는 규정을 들어 리우 올림픽 포기를 종용했다. 하지만 이중처벌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반도핑기구(WADA)도 금지하는 것으로, 박태환은 국제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로 출전권을 따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수억원의 비용을 들여 싱가포르 로펌을 중재인으로 선정해 사실상 질 수밖에 없는 싸움에 거액의 혈세까지 낭비했다. 김종 노이로제가 걸린 박태환 쪽은 “김종 차관이 행여 선수촌 방문 행사에 태환이가 훈련을 이유로 나오지 않은 것 때문에 미운털이 박힌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라고 말한 바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원칙을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명' 때문에 김종 차관도 무조건 따라야 하는 상황이 빚어졌을 수도 있다는 추론이 나오기도 한다.
박태환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전 세계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여 레이스에만 집중하는 자리다.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해야만 하는데 (나는) 여러 가지 수영 외에 생각할 게 매우 많았다”며 간접적으로 정부의 처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태환은 “보름 뒤면 쇼트 코스 대회가 있고, 내년에는 세계대회가 있다. 열심히 준비해서 애국가가 울리도록 준비 잘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도쿄 올림픽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 기간이 4년이기 때문에 훈련여건이나 상황이 잘 갖춰져야 한다. 지금도 (스폰서가 없어) 힘들 게 훈련하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국민이 응원하기 때문에 수영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태환은 17~2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수영대회에서 4관왕에 올라 재기를 알렸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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