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높이를 앞세워 4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올 시즌 그 어느 팀보다 중앙이 두텁다. 10경기를 치른 현재 모두 115개의 가로막기(블로킹) 득점을 올려 88개에 그친 우리카드, 삼성화재(이상 9경기)를 한참 앞선다. 센터 윤봉우가 29개를 잡아내며 V리그에서 가로막기 1위(세트당 0.69개)를 달리고 있고, 레프트 전광인(21개)과 세터 강민웅(15개), 라이트 바로티(13개) 등도 높은 득점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V리그 현역 최고령인 방신봉(41)이 교체멤버로 뛰면서도 무려 17개의 가로막기 득점을 올리며 중앙수비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방신봉은 지난 17일 삼성화재전에서 8개의 가로막기를 성공시키며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뽐냈고, 20일 대한항공전에서도 2개의 가로막기 득점을 잡아냈다. 가로막기 득점은 채 10점도 안 되지만 효과는 강렬했다. 고빗길마다 거미손을 뽐내며 상대 공격수의 기를 꺾었다. 경기 흐름의 물줄기를 바꿔놨다.
문용관 해설위원(KBS N)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들의 공격력이 떨어지면서 센터를 비롯해 국내 선수들의 역할이 더 커졌다”며 “방신봉은 경험이 풍부하고 손 모양이 좋다. 상대팀 세터의 습성이나 공격 코스를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체력은 떨어질지 몰라도 노련미와 감각 등에서 여전히 탁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방신봉은 선발보다는 교체멤버로 코트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203㎝의 후배 센터 전진용(28)이 자주 선발로 이름을 올린다. 팀의 미래를 위해 젊은 전진용에게 많은 기회를 주되, 위기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방신봉 카드를 꺼내겠다는 의도다. 체력적인 안배도 들어 있다. 20일 경기에서도 방신봉은 1세트 24-23의 상황에서 교체 투입돼 강민웅의 결정적인 가로막기 득점을 도왔다. 가스파리니가 방신봉을 피해 퀵오픈을 시도하다가 185㎝의 세터에게 잡힌 것이다. 방신봉은 2세트 이후부터는 쭉 선발로 나서 경기를 책임졌다. 방신봉은 올 시즌 한국전력이 치른 10경기 42세트 중 36세트에 출장하고 있다.
방신봉은 “마음을 비우니 배구가 잘된다. 꼭 가로막기를 해야겠다는 욕심 없이 편안하게 하다 보니 더 잘 보인다”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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