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이 30일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케이비엘 제공
“눈에선 레이저가 나오고, 인상은 있는 대로 찌푸리데요?”
질문을 받은 유도훈 감독은 “하하, 제가 수양이 덜 돼서요”라며 웃어넘긴다. “선수들이 긴장하나요?”라고 묻자, “글쎄요”라며 또 웃는다.
2007~9년 인삼공사 감독을 역임한 뒤 2009년부터 8년째 전자랜드 한 팀만을 맡은 유도훈 사령탑. 쉰듯한 목소리에선 목청 터지라 가르치는 선생님의 느낌이 난다. 전자랜드는 늘 끈적끈적한 팀, 껄끄러운 팀으로 자리매김을 해왔다. 그 바탕에는 선수들을 휘어잡는 유 감독의 리더십이 있다.
유 감독은 “수비가 되지 않으면 빠른 농구가 할 수 없다”고 했다. 타팀보다 스타급 선수가 부족한 대신, 빡빡한 훈련으로 수비 조직력을 끌어올린다. 협력수비나 튄공잡기에 소홀하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올해는 빠른 외국인 선수 커스버트 빅터와 수준급 포인트 가드 박찬희가 보강되면서 ‘속공’ 팀으로 거듭났다. 경기당 평균 가로채기 1위(9.14개)는 덤이다.
모기업의 규모가 다른 데보다 작다고 주눅 들지도 않는다. 유 감독은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것도 감독의 몫이다. 실패해도 다시 해볼 수 있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기면 선수 몫이고, 지면 감독 몫이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해볼 데까지 해봐야 한다. 30일 선두 오리온과의 안방 경기(88-81 승) 때는 새내기 강상재가 펄펄 날았고, 고참 정영삼이 쐐기를 박는 3점포를 터뜨렸다. 감각이나 기술보다는 한 발짝 더 뛰는 투혼의 농구를 펼쳤다. 전자랜드는 이날 승리로 2년 전부터 시작된 오리온전 10연패를 끝으로 연패 사슬에서 벗어났다.
전자랜드는 우승을 해본 적이 없다. 이번 시즌도 8승6패로 5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유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한한 자신감을 주문하고 있다. 레이저 눈빛을 받은 선수들은 몸이나 마음을 오직 농구 하나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프로다.
유 감독의 순발력과 임기응변도 중요하다. 유 감독은 단신 빅터와 상대적으로 키가 큰 장신 제임스 켈리의 골밑 역할을 수시로 바꾸는 변칙으로 팀 출력을 높이고 있다. 코트 현장에서 이뤄지는 순간순간의 변화에 대한 대처 능력은 수준급이다. 이번 시즌 6패 중 4패는 3점차 이내의 박빙으로 막판까지 상대를 가만두지 않았다.
유 감독은 “올해는 목표를 크게 잡고 있다, 선수들이 실패를 두려워 말고 자꾸 시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지금까지는 열심히 하는 팀이었다면, 앞으로는 잘하는 팀이 되고 싶다. 노력하고 있으니 팬들이 더 많이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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