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고개를 숙인 채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 분야 국정농단 주역인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7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시종일관 풀 죽은 표정이었다. ‘체육계 대통령'으로 행세하던 때와 달리 고개를 숙인 채 답변하거나 목소리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아 질책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혐의를 부인할 때는 ‘할 말은 다 하는’ 모습이었다.
김종 전 차관은 새누리당 최교일 의원이 “(5월) 리우올림픽 앞두고 박태환에게 출전하지 말라고 종용한 게 사실이냐?”고 묻자, “박태환이 먼저 리우올림픽 보내달라고 해서, 내 입장은 그게 아니라고 했다. 만약 정부가 보내준다고 하면 그건 아이오시(IOC) 헌장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발뺌에 가깝다. 국제올림픽위원회(아이오시) 헌장에서 개별 국가 올림픽위원회의 자율성 보장을 요구하는 것은 맞지만, 문체부의 예산 통제를 받는 대한체육회는 당시 박태환의 리우행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었다. 박태환 쪽은 “대한체육회 관계자가 우리는 힘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힘있는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고 해 김종 차관을 만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김 전 차관은 박태환이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얻기 위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소송을 냈을 때, 대한체육회를 동원해 외국 로펌을 고용해 맞대응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막고 나섰다. 도핑 징계를 받은 선수에 대한 이중처벌을 금지한 아이오시나 세계반도핑기구의 규정을 인정하지 않는 막무가내 행태였다. 이 과정에서 수억원의 국고가 낭비됐다.
김 전 차관은 ‘난 김연아를 참 안 좋아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 “김연아 선수나 팬들에게 적절치 못한 표현이었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왜 김연아를 안 좋아하느냐'는 질문에는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다”고 답했다.
김 전 차관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소개로 최순실씨를 알게 됐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와 관련해 대한승마협회를 조사했다가,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지목돼 결국 문체부를 떠나야 했던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김종 차관 발탁 자체가 공무원들 입장에선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소문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증인으로 참석한 김기춘 비서실장의 발탁설도 있었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은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로부터 굴욕적인 말도 들어야 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고씨에게 “김종 차관은 어떤 사람이었냐?”고 물었다. 국가대표 펜싱 선수 출신인 고씨는 “본인의 말만 하고 남의 말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뭐든지 자기는 다 알아’라는 식이었다”고 했다. 손 의원이 “그럼 최순실씨는 김종 차관을 어떤 사람으로 본 것 같냐?”고 묻자, “(시키는 일을 알아서 하는) 수행비서?”라고 말했다. ‘체육계 대통령’으로 행세하려 했지만 최순실 앞에서는 작아졌던 김 전 차관의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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