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체육학자들이 ‘정부지원 스포츠연구기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체육학자들이 김종 차관 시절 바꾼 한국스포츠개발원의 명칭을 원래의 의미를 간직한 한국스포츠과학연구원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단법인 스포츠문화연구소가 1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20호에서 연 ‘정부지원 스포츠연구기관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나온 학자들의 대체적인 결론이다.
발제를 맡은 이대택 국민대 교수는 “스포츠개발원의 핵심은 연구와 교육이다. 현재는 스포츠산업에 과다하게 치중돼 있다. 개발원의 역할과 기능을 명확히 정해 집중과 전문화가 이뤄져야 하고, 만약 연구와 교육을 고유한 사업으로 정한다면 이밖의 것은 스포츠산업진흥원 등 다른 형태의 조직으로 편재시키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1980년 스포츠과학연구소로 출범한 스포츠개발원은 1999년 체육과학연구원으로 개칭됐고, 김종 차관 시절인 2014년 2월 스포츠개발원으로 바뀌었다. 내부 조직 개편으로 스포츠산업실이 스포츠산업센터로 크게 확장되면서 기존의 연구, 교육 업무와 함께 산업이 큰 비중으로 혼재된 상황이다.
박동호 인하대 교수는 “연구 기관은 연구의 기능이 떨어질 때 기능이 축소된다. 명칭을 변경할 때는 그동안의 기능과 역할, 정체성을 엄밀하게 평가해서 해야 한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명칭이 변경됐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유네스코에 등재한 스포츠개발원의 명칭도 여전히 KISS(Korea Institute of Sport Science)로 돼 있다. 영문명과 일치시키기 위해서라도 한국스포츠과학연구원으로 바꾸는 게 좋다”고 밝혔다.
스포츠개발원은 앞서 2012년 연구원의 축적된 정보와 교육시스템을 제3세계에 지원하는 단체로 인정받아 유네스코 석좌연구기관으로 등재됐다. 올해도 국제적인 연구기관으로 재인증을 받았다. 김종 차관은 이런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채 스포츠 산업과 일자리 창출 등 현장을 강조하는 정책으로 방향을 틀면서 스포츠개발원으로 명칭을 바꿨다. 하지만 내부 구성원들의 강력한 반발로 여전히 KISS가 스포츠개발원의 영어명으로 살아있다. 사실상 국내 명칭과 영문명이 틀린 셈이다.
이명천 단국대 석좌교수는 “중국은 1958년부터 중국스포츠과학연구소(CISS)를 만들었고, 일본도 2001년 일본스포츠과학연구소(JISS)를 만들어 국제대회 경기력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 방향은 간단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통합운영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부서의 기능과 업무분장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식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변화가 많지만 이번 정권에서는 명칭까지 바뀌는 등 외압에 많이 흔들렸다. 스포츠개발원은 연구와 교육에 특화된 위상을 갖춰야 한다. 만약 스포츠산업 개발이 중요하다면 이전처럼 연구부서로 편재하면 된다. 스포츠개발원 내부 구성원들도 연구원의 전망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는데 목소리를 합쳐야 한다. 연구 대상도 엘리트만이 아니라 생활체육, 헬스, 국민건강 등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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