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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감독 “젊은 피, 끝까지 믿었다”

등록 2016-12-20 12:16수정 2016-12-20 18:08

구단 긴축 경영에 “유스 성장시키며 타개”
시즌 하위권 충격에도 FA컵 우승해 반전
서 감독 “선수는 한눈팔지 말아야 프로”
2016 케이이비(KEB)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우승한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이 지난 8일 종로구 신문로 대한축구회관에서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잡고 있다. 연합뉴스
2016 케이이비(KEB)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우승한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이 지난 8일 종로구 신문로 대한축구회관에서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잡고 있다. 연합뉴스
“스피드 축구 하려면 소통해야죠.”

2016 축구협회컵 우승으로 ‘용궁 갔다가 살아 돌아온’ 서정원(46) 수원 삼성 감독. 지금은 터치라인 밖의 사령탑이지만 날렵한 체형을 보면 당장에라도 그라운드에서 몇 골은 잡아낼 것 같다. 답답할 땐 직접 뛰고 싶기라도 한 듯 안쓰러운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그런데 감독은 선수 시절 생각하면 안 된다. 꾹꾹 참아 눌러야 한다. 서 감독은 “선수와 공감하지 못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다루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 감독이 추구하는 것은 역동적인 스피드 축구. 가능한 한 원터치로 빠르게 전진하는데, 11명이 전부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선수마다 기량의 편차가 있고, 스타일과 이해력도 다르다. 그 간극을 좁히는 게 훈련과 시간이다. 서 감독은 “즐거워야 한다”고 정리했다. 엄숙한 표정으로 딱딱하게 10시간 하는 것보다, 웃으며 1시간 훈련하는 게 낫다. 이달 초 FC서울을 꺾고 축구협회컵 우승컵을 들었을 때가 그랬다. 선수들은 훈련 때부터 얘기를 많이 했고, 화기애애하게 공을 찼다. 그 기운이 모여 첫 타이틀을 챙겼다.

사실 수원은 옛날의 부자구단이 아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아낄 수 있는 것은 아낀다. 비싼 기성품 선수를 데려오기보다는 유스 시스템으로 키운 선수를 쓴다. 올 시즌 수원의 주력 부대로 성장한 이종성, 구자룡, 연제민은 자체적으로 키운 선수다. 전북 유스 출신의 장호익과 경희대에서 온 고승범도 젊은 피다. 이미 국가대표가 된 권창훈은 말할 나위도 없다. 올 시즌을 앞두고 빠져나간 정성룡, 정대세, 오범석 등 중량감 있는 선수들의 공백을 이들이 메웠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서 감독은 “유스에 투자해 프로 선수를 만드는 것은 최상의 방법이다. 그러나 시간이 걸린다. 당장 성적에 목매는 감독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이 따르는 선택”이라고 했다. 선수들은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경기에 뛰어야 한다. 그런데 실수가 나온다. 올 시즌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지고, 2부 강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축구협회컵 우승으로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며 해피엔딩을 만들었다. 서 감독은 “중요한 순간 실수했다고 화를 내고 꾸짖으면 그 선수는 살아남지 못한다. 정작 본인은 잠도 못 잔다. 감독이 끝까지 믿어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은 노장과 신예 가운데 출전 선수를 선택할 때도 과감해졌다.

물론 유스가 성장하기 위해서도 좋은 선배가 필요하다. 서 감독은 “염기훈, 이정수 등이 그 역할을 잘해주었다”고 칭찬했다. 감독은 친구가 되고, 고민 상담도 받아야 한다. 서 감독은 “옛날 우리가 배울 때 감독은 상상도 못 한다. 내가 먼저 접근해 농담도 하고, 그러면서 문제를 공유하고 풀어간다”고 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거쳐 현재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 관전을 하면서 단기 연수를 떠난 것은 공부를 위해서다.

서 감독이 주는 분위기도 큰 역할을 한다. 선수 시절부터 고지식하게 한길만 파며 한눈팔지 않은 모범생이 서 감독이다. 선수들도 잘 안다. 서 감독은 “내 기준은 간단하다. 옳은 것을 하고, 옳지 않은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어차피 몸값은 선수가 결정한다. 몸과 마음을 온전히 경기에 쏟아붓는 것은 선수가 해야 한다. 실제 서 감독은 ‘스피드 선수는 단명한다’는 기존 관념을 깨고 39살까지 현역에서 뛰었다. 23일께 귀국해 신년 구상에 들어가는 서 감독은 늘 후배들한테 이렇게 얘기한다. “나 39살까지 했어. 너희들은 나보다 더 오래 할 수 있어. 너희한테 달렸어.”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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