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문체부, 김종 유산과 절연…체육인 자성도 필요

등록 2016-12-25 16:11수정 2016-12-26 15:20

[김창금 기자의 무회전킥]
조윤선 문체부 장관 “체육인 말 경청”
정부와 체육회 동반자 관계 정립 계기
체육인들 뼈 깎는 자성 없으면 사상누각
지난 22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6 체육인의 밤 행사에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6 체육인의 밤 행사에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에 책임을 느낀다. 앞으로는 체육인의 말을 경청하겠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2일 ‘체육인의 밤’ 행사에서 머리를 숙였다.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시절 3년간 정부의 체육계 장악이 잘못됐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고백한 것이다. 김종 전 차관이 최순실씨의 사익을 위해 체육정책을 농단한 것과의 절연 의지도 강조했다. 가장 먼저 4000억원가량의 대한체육회 예산 배분권을 이전처럼 체육회에 맡기기로 한 것은 상징적이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말 대한체육회 소속 50여개 가맹단체에 대한 예산을 직접 배분해왔다. 돈줄을 죄면서 종목별 차별을 두고, 굴종을 강요했다. 스포츠공정위원회 등 각종 기구를 통해 인사에 개입한 흔적도 있다. 재정과 인사라는 조직 장악의 양 축을 통해 체육회를 자신의 의지대로 주물렀다.

4대악신고센터를 체육회로 옮긴 것은 체육인들의 자존심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종 전 차관은 취임 이래 입시비리, 폭력, 조직 사유화, 승부조작 등 체육계의 병폐를 척결하겠다고 했다. 수사본부까지 설치해 체육인들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의 개혁 드라이브는 정유라씨 승마를 위한 편향성으로 허구임이 드러났고, 때에 따라서는 눈엣가시를 배제하는 수단으로 썼다. 일부 체육인들은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시간을 두고 체질개선을 하거나 체육계의 자정 능력을 키우려는 장기적 안목은 없었다.

문체부가 시도하는 ‘김종 유산 절연’은 과제도 많다. 체육인들의 역량 향상과 보수교육을 맡아왔던 체육인재육성재단을 독립법인으로 원상복구하는 것이나 공동사업 명목으로 스포츠토토 예산을 배정해 구성한 단체의 존폐 등도 고민 대상이다. 앞뒤 조어가 불명확한 스포츠개발원 명칭의 개칭도 유제 청산 작업의 하나가 될 것이다.

과거 단절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조윤선 장관조차 최순실 그림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김종 전 차관 시절 핵심 문체부 측근에 대한 문책 목소리도 높다. 문체부와 교육부가 인성이나 국민 건강, 스포츠 복지 측면까지 체육의 중요성이 커진 시대 흐름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다만 문체부가 이참에 체육인들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한 것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동안 압도적인 관 우위의 체육계 지형이 수평 관계로 옮겨가면서 의사소통이 활발해질 길이 열렸다. 문체부와 교육부 등 정부 당국이 현장 체육인들과 수시로 만나는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현장과의 접촉을 정례화할 필요도 있다. 정책 담당자가 1~2년마다 바뀌어도 최소 10년은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체육인들은 두배, 세배 더 노력을 해야 한다. 문체부의 동반자 자격 인정은 체육인들이 잘나서가 아니다. 그동안 체육계의 잘못된 관행이나 비리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도 아니다. 체육인들이 환골탈태해야 자율성도 얻고, 체육의 위상에 걸맞은 발언권도 얻게 된다. 자칫 우리는 피해자였다며 과거로 회귀하면 체육계는 복권의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체육계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아이디어와 정책 제안을 활발히 해야 한다. 그래야 문체부의 “경청” 발언이 한국 체육 새판짜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