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성의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4일 인천에서 열린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공을 잡아내고 있다. KBL 제공
“세계적 추세다. 국가대표가 강화된다.”(프로농구단 고위 관계자)
“프로팀 균형이 깨진다. 돈 욕심이다.”(프로농구 해설위원)
프로농구 삼성의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28·1m99)가 시즌 중 뜨거운 감자가 됐다. 새해 “한국 여권을 갖고 싶다”고 말한 뒤 농구판은 라틀리프 귀화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2년부터 5년째 한국 프로무대에서 뛰고 있는 라틀리프는 득점력이나 농구 이해도, 속공 가담까지 전천후다.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고, 입장에 따라 시각도 다르다.
한 프로농구단 고위 관계자는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도 귀화선수는 일반적이다. 국가대표로 뛴다면 전력이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뛰어난 선수이고 인성도 좋기 때문에 귀화를 막을 이유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한 프로농구 해설위원은 “철저히 라틀리프 개인의 입장에서 이뤄진 귀화추진이다. 월 3만달러로 연봉 제한을 받는 외국인 선수가 귀화하면 10억까지 몸값이 뛴다. 국가대표 활약보다는 금전적인 의도가 강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틀리프가 귀화하면 농구대표팀 전력은 강화될 수 있다. 대한농구협회 관계자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허재 감독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프로농구판은 라틀리프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당장 라틀리프를 보유한 팀은 외국인 선수 3명을 갖게 되는 셈이다. 혼혈 귀화선수 중 최고연봉을 받는 문태영(삼성·연봉 7억1천만원)보다 더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가 라틀리프다. 나머지 팀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은 뻔하다. 그렇다고 라틀리프만을 대상으로 10개팀이 추첨을 해 데려가는 것도 이상하다. 한국 국적인데 외국인 선수로 대우하는 것은 변칙이다. 자칫 팀별로 무차별적인 귀화 시도가 나올 수 있다.
농구의 특성을 무시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평창올림픽을 앞둔 아이스하키대표팀의 경우 귀화선수는 6명이다. 하지만 이들은 풀타임을 뛰지 않는다. 골키퍼들을 제외한 20명은 4개 조로 나뉘어 골고루 뛴다. 반면 농구는 한 선수가 전 시간을 뛸 수 있다. 토종 선수들은 샐러리캡(팀 연봉총액 상한제) 뿐 아니라 출전시간에서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특수분야에 재능이 있거나 국익에 보탬이 되면 특별귀화로 추천할 수 있다. 몇 가지 기준이 있지만 대한체육회에서 추천하면 법무부에서 대체로 승인을 해왔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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