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우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감독. 여자프로농구연맹 제공
“선수들이 잘해서 이겼죠.”
도무지 다른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정규리그 5연패, 승률 96%니 공치사라도 하고 싶을 것이라는 게 범인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30일 “비결이 뭡니까?”라는 질문에 “비결 없어요”라는 평범한 답만 되풀이한다. 정말 비법이 없는 것일까?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의 위성우(46) 감독이 또 일을 냈다. 설 연휴 첫날인 지난 27일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정규리그 5년 연속 우승을 확정한 것이다. 24승1패(승률 96%)는 기록적이다. 앞으로 남은 10경기에서 현재의 승률을 유지한다면 이전 최고승률(2009년 신한은행의 92.5%)도 깨진다.
기쁘기도 하련마는 위 감독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우승 확정 뒤 선수들에게 3일간 휴가를 준 것도 자만심 때문이 아니다. “뭐든지 쉬어가면서 해야 한다. 3일간 충전하면 앞으로 더 힘을 낼 수 있다.” 그에게는 휴식도 전략이다. 사실 우리은행 선수들은 지칠 줄 모르고 달려왔다. 많이 뛰는 농구, 악착 같은 농구가 바탕이다. 위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량이 과거보다 많다고 할 수는 없다. 서로 돕고 조화하면서 단단해진 것이 과거와 다를 뿐”이라고 했다.
위 감독이 부임한 2012~2013시즌 이전의 우리은행은 하위권에서 헤맸다. 그러나 위 감독의 혹독한 조련 아래 부임 이래 정상만을 달려왔다. 위 감독은 “선수들이 원래 재능이 있었고, 한번 해보자는 의식적인 노력이 합쳐졌다. 성적이 나다 보니까 자신감마저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코트에 지쳐 쓰러질 때까지 달려야 했던 선수들은 매 시즌을 마감할 때 위 감독을 발로 밟는다.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감독한테 갚는 앙증맞은 세리머니는 시즌 마무리 행사가 됐다. 그러나 달리기나 웨이트 훈련을 통해 만든 강철 체력만이 전부는 아니다.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면서 조화를 이루도록 팀을 조련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 위 감독은 “남자농구보다 세세하게 신경 쓸 부분이 많다. 코치들의 얘기를 많이 들으면서 해법을 찾는다”고 했다. 미세한 감정의 기복까지 고려하고, 조율해야 하는 것은 스트레스가 큰일이다.
그렇다고 선수들한테 끌려가지도 않는다. 앞서는 상황에서도 정신을 놓는 수비가 나오면 불호령이 나온다. 선수들의 의식도 실전 같은 훈련에서부터 단련된다. 코트에 들어설 때의 마음가짐은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틀이 잡히니 시즌 중 포인트가드 이승아가 이탈하고, 주력인 양지희가 저조할 때도 치고 나갔다. 박혜진과 노장 임영희가 중심을 잡아 주었고, 최은실이 주전으로 부상하면서 힘을 보탰다. 1라운드 5순위지만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외국인 선수 존쿠엘 존스의 덕도 톡톡히 봤다.
위 감독은 “지금 잘 나간다고 자만하지 않는다. 그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할 뿐이다. 오늘 우리가 정상에 선 것도 이런 식이었다”고 했다. 최고승률 신기록 달성에도 신경 쓰지도 않는다. 그래도 목표는 있다. “단기적으로는 챔피언전 우승에 집중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여자농구가 아시아에서 더 분발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정규리그와 챔피언전 통합 5연패를 노리는 위 감독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지도자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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