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가 5일 경북 김천국제실내테니스장에서 열린 2017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I그룹 예선 1회전 셋째날 단식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의 데니스 이스토민을 맞아 포인트를 따낸 뒤 포효하고 있다. 김천/대한테니스협회 제공
“아~아깝다, 아까워. 잡을 수 있었는데….”
4세트 들어 숨 막히는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권순우(20·건국대)가 우즈베키스탄의 간판 데니스 이스토민(31)에게 12-14로 지자, 북과 징을 치고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한국 남자테니스 대표팀을 열렬히 응원하던 관중석에서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1세트에서 세계 308위 권순우가 신들린 듯한 포핸드 패싱샷을 뽐내며 세계 80위 이스토민을 상대로 6-3으로 따냈을 때만 해도 대이변이 일어나는 듯했다. 이스토민은 지난달 2017 호주오픈 남자단식 2회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노박 조코비치(30·세르비아)를 3-2로 물리친 강호. 1m88 장신에서 내뿜는 서브가 일품이다. 하지만 권순우의 패기는 이스토민의 노련함까지 누르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그는 세트 점수 1-3(6:3/6:7<5>/2:6/6:7<12>)으로 지고 말았다. 4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12-12 상황에서 내리 2점을 내준 게 뼈아팠다.
5일 경북 김천국제실내테니스장에서 열린 2017 국제테니스연맹(ITF)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I그룹 예선 1회전(4단1복식, 3선승제) 마지막날. 한국은 이날 첫 단식에 나서기로 한 에이스 정현(21·세계 73위·한국체대)이 왼쪽 발뒤꿈치 피로골절로 출전하지 못한 가운데 대타로 나선 권순우가 패하면서 결국 1승3패로 2회전 진출에 실패했다. 정현은 지난 3일 단식과 4일 복식에 연이어 출전하면서 발에 무리가 갔고 결국 중요한 고비 때 나서지 못했다.
권순우가 데니스 이스토민을 상대로 강력한 서브를 넣고 있다. 김천/대한테니스협회 제공
그러나 최근 퓨처스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권순우가 이날 이스토민을 진땀나게 몰아붙이면서, 스탠드를 가득 메운 800여명의 관중은 한국 남자테니스의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권순우는 지난해 타이, 김천, 일본 퓨처스 대회 남자단식에서 잇따라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정현, 이덕희(19), 정윤성(19) 등과 함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른 바 있다. 이번에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경기 뒤 권순우는 “이스토민이 아주 잘하는 선수라 초반에는 긴장됐는데, 포핸드에서 패싱샷이 나와 플레이가 잘된 것 같다”며 “서브가 아직 부족한 게 약점”이라고 했다. 그는 올 시즌에 대해선 “다다음주 일본 챌린저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라며 “올해 세계 100위 안 진입이 목표”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스토민은 경기 뒤 공식 인터뷰에서 권순우에 대해 “1, 2세트에서는 그가 경기를 지배했고, 잘 움직였다. 좋은 선수다. 하지만 경기 경험 등이 부족한 것 같다”고 평했다. 표트르 레베디 우즈베키스탄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나이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인데 경험은 부족하지만 미래가 밝아 보인다”고 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박용국 해설위원(SPOTV)은 “정현, 이덕희, 권순우, 임용규 등 우리 선수들이 이번에 베이스라인 플레이에서는 정규투어급 선수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네트플레이와 중요한 순간 때의 플레이를 보강한다면 앞으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천/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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