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고양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열린 ‘KB금융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 2017’에서 한국의 박진규(21번)가 일본 골문 쪽으로 퍽을 몰고 가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볼수록 빠져드네!”
11일 고양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아이스링크)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KB금융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 2017’ 3차전은 만원 관중 앞에서 열렸다. 아이스링크에 관중이 차자 힘을 낸 한국 선수들은 투혼을 불살랐다. 모바일 중계 댓글에는 종종 “아이스하키 재미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백지선 감독은 경기 뒤 “선수들이 100%로 뛰었다”고 했다. 3-0 승리를 거둬 역대 맞전적은 2승1무19패. 지난해 세계대회에서 첫 승리를 거둔 뒤 대 일본전 2연승이다. 양승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올림픽준비기획단장은 “10여년 전만 해도 일본 대표팀은 한국을 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이제는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백지선 감독의 지도 아래 급성장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 시절 두 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백 감독은 역시 엔에이치엘 출신인 박용수 코치와 함께 대표 선수들의 마음부터 개조했다. 선수들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10일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졌을 때도 선수단은 활기찼다. 백지선 감독은 “오늘 잘 싸웠다”며 오히려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박용수 코치는 “오늘을 기억하라. 4월 세계대회에서는 꼭 되갚아라”라며 에둘러 얘기했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대표 선수로서의 자긍심은 과거 대표팀과 다른 가장 큰 변화다. 공격수 신상우는 “선수들이 매 경기를 신이 나서 뛴다”고 했다. 백 감독은 심리에서 기술지도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쓴다. 공격수 안진휘는 “선수들한테 말 한마디를 해도 느낌이 팍팍 온다. 팀 시스템 안에서 확실하게 공격하고, 그 자리에서 다시 수비에 가담해야 한다”고 했다. 더 많이 뛰는 아이스하키를 하면서도 효율적인 움직임을 강조한다.
6명의 귀화 외국인 선수들은 대표팀 전력 향상의 요인이다. 골리 맷 달튼은 대표팀의 가장 큰 자산이다. 그러나 백 감독은 기본적으로 귀화나 토종의 구분을 거부한다. 조민호, 김상욱, 신상훈, 이돈구를 비롯한 20여명의 국내 선수들의 기동력과 스피드, 스케이팅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우리는 태극마크를 단 하나의 팀”이라고 강조한다. 개인능력보다는 인성 위주로 귀화 대표 선수를 발탁해 귀화와 토종 선수 간 잡음이 일절 일어나지 않는다. 여기에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체력 프로그램으로 여름 비시즌에도 힘을 비축시켰다.
9일 세계 13위의 강호 덴마크를 꺾었고, 10일 헝가리전에서 벤치 선수들은 모두 출전기회를 잡았다. 마지막 일본전 승리까지 2승1패의 여정 때 선수들은 다시 한번 백 감독과 하나가 됐다.
대표팀은 14일 다시 소집돼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19~26일)을 위해 19일 출국한다.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은 강호 카자흐스탄과 일본을 넘어야 한다. 백 감독 아래 조련된 한국팀이 아시아 정상을 차지할 수 있을지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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