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름(가운데)이 22일 열린 2017 삿포로 겨울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0m에서 우승한 뒤 시상대에서 미소짓고 있다. 삿포로/연합뉴스
독하다. 은메달 두개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결국 금빛 질주 뒤에야 웃었다.
한국 여자 장거리 간판 김보름(24·강원도청)이 22일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겨울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5000m에서 7분12초58로 정상에 올랐다. 20일 스피드스케이팅 3000m와 21일 팀추월 경기 은메달 뒤에 얻은 금맥 캐기다.
김보름은 여러명이 함께 출발하는 빙상 매스스타트의 세계 1위. 그만큼 지구력 등 장거리 주파 능력에서는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로 전향했음에도 늘 쇼트트랙 훈련을 빼먹지 않는다. 매스스타트 등 장거리를 뛰면서도 쇼트트랙의 코너워크 기술을 다듬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난해 여름철 모교인 한국체대에서 만난 김보름은 뙤약볕 아스팔트 위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지독한 연습벌레다. 여기에 지고는 못 사는 승부욕 때문에 빙상계에서는 ‘독종’으로 불린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주종목인 매스스타트 우승이 목표. 하지만 장거리 종목에서도 아시아 최고가 되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 다만 20일 3000m에서 일본의 다카기 미호에게 금메달을 양보하면서 속이 쓰렸고, 전날 팀추월에서도 일본에 밀려 은메달을 따면서 독을 품었다.
김보름은 이날 3조 인라인에서 중국의 한메이와 경주를 펼쳤다. 초반에는 조금 밀렸지만 중반부터 한메이를 제친 뒤 폭발력으로 쾌속질주했다. 막판 400m에서도 지치지 않으며 2위 한메이(7분15초94)를 따돌렸다. 3위는 일본 기야마 마이(7분16초24).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를 챙긴 김보름은 23일 열리는 매스스타트를 겨냥하고 있다. 경험과 자신감을 갖고 있기에 대회 2관왕 등극 가능성은 크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목표를 세우면 지독할 정도로 집착한다. 매스스타트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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