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겨울아시안게임 4관왕에 오른 이승훈(오른쪽)이 23일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3위로 들어온 김민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비히로/연합뉴스
무서운 아이가 왔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막내 김민석(18·평촌고)이 23일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 남자 1500m에서 1분46초26으로 정상에 올랐다. 전날 팀추월 금메달까지 2관왕에 오른 김민석은 이날 매스스타트에서도 동메달을 추가해 처음 참가한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김민석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차세대 간판. 2014년 최연소 국가대표로 뽑혔고, 올해 전국겨울체전에서는 4관왕을 차지하며 대회 최우수선수에 올랐다. 이달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1500m에서는 1분46초05로 5위를 차지했다. 유럽 강세를 뚫고 아시아 선수로서 우뚝했다. 이날 아시안게임에서도 전체 20명 가운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스타 탄생을 알렸다.
이날 8조에서 중국의 리바이린과 경주를 펼친 김민석의 강점은 뒷심과 두둑한 배짱. 인코스에서 출발한 김민석은 초반 300m를 다소 늦게 주파했지만, 서서히 가속하며 1100m 시점에선 상대를 멀찍이 따돌렸다. 이후 막판 폭발력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김민석은 “팀추월 금메달을 딴 덕에 편하게 레이스를 했다”며 “이곳이 강릉보다 빙질이 좋지 않아 불안했는데 나의 몸 상태를 믿고 금메달을 노려보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민석은 이어 열린 매스스타트에서도 지구력을 발휘하며 3위(8분13초69)로 들어왔다. 2위인 셰인 윌리엄슨(8분13초25)을 바짝 추격했다.
나이(18살)가 어려서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앞서 강릉 세계선수권 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 평창에서는 메달권에 진입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일단 1차 목표는 달성했다. 한국 빙상의 중심인 이승훈(대한항공)은 “아시아 1500m에선 (김)민석의 적수가 없다”고 말한다.
김민석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쇼트트랙으로 빙상계에 입문했지만 스피드스케이팅 주파력이 월등해 곧바로 종목을 바꿨다. 이후 국내 무대에서는 적수가 없을 정도로 중장거리의 독보적인 기대주로 성장했다. 22일 남자 팀추월에서도 이승훈, 주형준(동두천시청)과 짝을 이뤄 금메달을 일궜다.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이승훈도 잘했지만, 나머지 두 선수의 기량이 눈에 띄게 늘어 아시아 최강으로 불리던 일본 대표팀을 압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민석의 눈은 1년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겨울올림픽을 향해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더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그러나 큰 무대 경험을 하면서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이달 초 강릉 세계선수권 1500m에서도 동메달을 따낸 ‘월드스타’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1분45초50)와 0.55초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격차가 있지만 현재의 성장세라면 내년에 큰일을 낼 수도 있다.
김민석은 “올림픽 시즌에 선수들의 기량이 월등히 향상되기 때문에 1분44초대도 부족할 수 있다.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네덜란드의 키엘트 나위스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워낙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이고 나이가 적기 때문에 평창에서 메달권 진입을 기대한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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