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26일 일본 삿포로 쓰키사무 링크에서 열린 2017 겨울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10-0으로 꺾은 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삿포로/연합뉴스
이겼다고 좋아할 것도, 졌다고 낙담할 일도 아니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아이스하키가 26일 일본 삿포로 쓰키사무 링크에서 열린 2017 겨울아시안게임 중국전에서 10-0(2-0 4-0 4-0) 승리를 거뒀다. 2승1패로 마감한 한국은 금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과거보다 좋아진 기량을 확인시켰다. 카자흐스탄은 일본을 7-0으로 꺾고 금메달을 땄다.
한국은 이날 1피리어드 9분8초 신상훈의 선제골로 포문을 열었다. 신상훈은 2분여 뒤 다시 추가골을 터뜨려 1피리어드에서 한국이 2-0으로 앞서는데 선봉이 됐고, 3피리어드에서도 골을 넣어 해트트릭(3골 2도움)을 기록했다. 이밖에 김상우, 박우상, 박진규, 신형윤, 김기성 등의 선수도 득점 대열에 합류하면서 대승을 거뒀다.
한국은 애초 이번 대회 금메달을 노렸다. 2018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그동안 꾸준히 전력향상에 박차를 가해 자신감이 충만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출신의 백지선 감독-박용수 코치 체제는 약속된 플레이와 국제대회 출전을 통한 경험축적, 체력 프로그램으로 한국팀을 변모시켰다. 평창에 대비해 골문을 지키는 맷 달튼 등 귀화 외국인 선수도 6명이나 돼 역대 최강의 대표팀이 구성됐다.
하지만 22일 1차전 카자흐스탄과의 경기에서 0-4로 충격패를 당하면서 혼란스러워졌다. 카자흐스탄은 아시아의 강호로 세계 순위도 16위다. 한국(23위)은 역대 카자흐스탄과의 맞대결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팬들의 1승 기대를 어깨에 질머진 한국 선수들은 부담감 탓인지 카자흐스탄전에서 골망을 제대로 타격하지 못했다. 심판진의 과도한 페널티 휘슬에 백지선 감독이 항의하기도 했는데, 판정의 문제보다는 여전한 실력 차가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24일 일본전 승리(4-1)는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한국은 지난해 국제하키연맹 디비전1 A그룹에서 일본(23위)을 이긴 뒤 최근까지 대표팀 간 경기에서 3연승을 달렸다. 그러나 세계 톱 12개 나라가 참가하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한국의 귀화 외국인 선수 마이크 테스트위드는 카자흐스탄과의 첫 경기에서 심하게 다쳤고, 김기성 등은 뇌진탕을 겪으면서도 사력을 다해 싸웠다. 강한 정신력과 집중력은 한국의 강점이다. 그러나 세계 수준과의 격차는 있다.
대표팀의 테스트위드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은 평창에서 우리가 만날 상대를 모른다. 사람들은 귀화 선수를 데려왔으니 캐나다와도 할 만하지 않으냐고 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정말로 힘들다. 나는 NHL에서 거의 뛰어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게 한국 아이스하키의 현주소다.
올림픽을 1년 앞두고 매 경기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올림픽 성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에서 한국 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과 저변이 확대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것이 아시안게임 금메달보다 더 중요한 가치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