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일정이라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뭐라도 메시지가 있어야 하는데…”
한 수영 관계자는 1년째 사고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한수영연맹에 대한 답답함을 이렇게 토로했다. 대한수영연맹은 지난해 내부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로 초토화됐다. 당시 불법 행위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던 이기흥 수영연맹 회장은 살아남았다. 이후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전횡에 대한 체육인들의 반발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이뤄진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이기흥 회장은 대한체육회 수장에 오른 뒤 문체부와 당당히 맞서는 등 외형적으로는 체육인을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인사에서 고위 간부들을 무더기로 내치거나, 입맛에 맛는 사람들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독단적 행정으로 비판에 직면해 있다. 태릉 선수촌장과 체육회 사무총장을 비체육인 출신으로 앉힌 것은 두고두고 입길에 오른다. 여기에 친정인 대한수영연맹이 1년째 정상화되지 못하면서 부담감이 새로 추가됐다.
대한수영연맹은 지난해 관리단체 지정 이후 흔들리고 있다. 새로운 회장의 영입과 집행부 구성, 대의원 총회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정상화를 이루는데 아직은 요원하다. 설령 누가 회장으로 나선다 하더라도 집행부 공백이 길어지면서 내부는 피로감에 휩싸였다. 당장 7월 헝가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국가대표팀을 구성하지도 못했고, 대표팀 전력향상 방안도 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수영연맹 사무국 직원들은 올들어 급여도 받지 못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흔들리다보니 선수와 가족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달초에는 제주수영대회를 준비했다가 항공편까지 끊었던 학부모들이 뒤늦게 대회가 취소됐음을 알고 항의하기도 했다. 3월 제주대회가 불확실했지만 미리 홈페이지 공지를 못한 탓이다. 대한수영연맹은 4~5월 일정도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헝가리 세계대회까지 4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5월쯤에 대표 선발전을 하겠다는 구상을 할 뿐이다.
수영연맹의 정상화가 늦어진 데에는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와 뒤이은 인사 등 여러가지 운대가 맞지 않은 측면이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빨리 정상화시키고 싶어도 내부적으로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자구책 등 로드맵을 내놔야 하는데 도무지 제대로 되는 게 없다”며 연맹을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무 직원들이 급료도 받지 못하고, 박태환 등 대표 선수들이 향후 6개월 일정조차 짐작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린 것은 심각한 일이다. 일부에서는 “도의적으로 책임이 있는 이기흥 회장은 잘 나가는데, 수영연맹의 정상화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체육회는 최근 2기 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첫 회의를 열고, “선수들의 피해는 없어야 한다”며 수영 대회 운영비 지원 등 재정적인 뒷받침을 약속했다. 그러나 연맹의 정상화가 쉽지는 않아보인다. 한 수영 관계자는 “일단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 수영연맹이 대표팀 선발전을 5월에 한다면 지금이라도 홈페이지에 공고해야 한다. 집행부 구성이 미뤄지더라도 선수들은 대회가 언제 열리는지 알아야 한다. 이기흥 회장도 연맹 정상화를 위해 더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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