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바흐(독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에서 열린 명예 체육학 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답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14일 서울 송파구 한국체육대학 5층 필승관에서 명예 체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체대 개교 40주년과 올림픽 메달 100개 획득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하지만 학위 수여를 통해 국제 스포츠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등 실리적인 의미도 있다. 한국체대는 과거 고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위원장에게도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바 있다.
한국체대는 바흐 위원장에게 학위를 주는 이유로 혁신과 개혁의 지도자로 경제·환경올림픽을 위한 2020 어젠다를 제시했고, 역사상 최초로 난민대표팀을 리우올림픽에 출전시켜 세계 평화와 국제 스포츠 발전에 기여한 점을 꼽았다. 그러나 속내는 좀더 현실적이다.
바흐 위원장 초청을 위해 줄곧 뛰어온 김성조 한국체대 총장은 이날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자랑스럽다. 명예동문인 바흐 위원장과 함께 2018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또 김 총장은 “평창올림픽 뒤 올림픽 기록유산을 체계화하고 올림픽 운동의 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한국체대에 아시아 올림픽아카데미센터를 건립할 예정인데 아이오시가 힘을 보태주면 좋겠다”고 타진했다. 일종의 스포츠 외교다. 이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이희범 평창조직위원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회장도 참석해 분위기를 띄웠다.
“안녕하세요”라는 말로 답사를 시작한 바흐 위원장은 아시아 올림픽아카데미센터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매우 감동적인 순간이다. 나도 이제부터는 한국체대의 동문”이라며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한국체대의 식구가 된 바흐 위원장이 한국을 좀더 친근하게 이해할 계기는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바흐 위원장은 수여식 이후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혼란스런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평창올림픽이 사람들을 통합하고 나라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한국 국민과 국회, 정부가 지지해주는 것에 감사한다”고 했다.
통상 아이오시 위원장이 방한하면 대통령을 만난다. 지난해 9월 한-중-일 스포츠장관 회의 때도 방한한 바흐 위원장은 당시 대통령을 만났다. 이번엔 다르다. 바흐 위원장은 정세균 국회의장과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를 만나 평창올림픽에 대한 국회와 정부의 지원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 외교는 안면 장사라고 한다. 더 많이 만날수록 친밀감이 높아지고, 유대는 두터워진다. 정부보다는 민간 주도로 이뤄진다. 한국 체육계는 그동안 최순실씨의 사익 추구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전횡으로 많은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소생하고 있다. 이날 명예박사 학위는 민간 차원에서 복구한 스포츠 민간 외교의 단면이다. 그것은 정치권력보다 좀더 창조적이고 실용적인 발상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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