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농구 시카고 불스의 전 단장인 제리 크라우스가 1995년 10월 일리노이주 디어필드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프로농구 시카고 불스의 왕조시대를 설계한 제리 크라우스가 22일(한국시각) 숨졌다. 향년 77.
크라우스는 1985년 시카고 불스의 단장으로 취임한 이래 불스의 전성시대를 이끈 핵심 인물이다. <이에스피엔>은 크라우스는 마이클 조든의 능력을 팀 전체로 확산시키기 위해 당시 무명이었던 필 잭슨 감독을 영입했고, 이름도 알 수 없었던 센트럴아칸소 대학의 스코티 피펜을 드래프트 때 트레이드로 끌어왔다고 전했다. 또 호라스 그랜트를 선발했고 팀의 주축이었던 찰스 오클리를 뉴욕 닉스로 보내는 대신 빌 카트라이트를 센터로 영입해 1991~1993년 3시즌 불스가 챔피언전에서 우승하도록 이끌었다고 했다.
조던이 아버지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은퇴한 뒤 동일한 구단주가 운영하던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2군 야구선수로 뛸 때는 조던의 복귀를 끝까지 기다려주었다. 크라우스는 1995년 조던이 돌아오자 이번에는 론 하퍼와 데니스 로드맨을 합류시켰다. 또 당시로는 신선하게 미국 국적이 아닌 크로아티아의 토니 쿠코치를 불러들여 불스의 새로운 왕조 시대를 열었다. 1996~1998년 역시 세차례 연속 불스를 챔피언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의 18년 재임 동안 불스의 808승은 동부리그 최다승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팀보다 더 빛난 조던과의 갈등, 잭슨 감독과의 불화, 부당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느낀 피펜의 이적 등 선수단과는 잘 어울리지는 못했다. 미디어와의 관계에서도 전혀 정보를 주지 않는 인물로 통했다.
피펜은 트위터에서 “크라우스는 선수의 재능을 발굴하는 엄청난 눈을 가졌고, 코치를 보는 눈 역시 마찬가지였다”며 애도했다. 조던도 “제리는 불스 왕조와 화이트삭스, 시카고시에 엄청난 의미였다. 비밀스러운 움직임 때문에 탐정이라고 불렸지만, 그가 불스 왕조를 세운 것은 전혀 비밀이 아니다”고 했다. 잭슨 감독 역시 “시카고 불스와 엔비에이 전체에 매우 슬픈 날”이라고 했다.
농구와 야구 스카우트 출신은 크라우스는 조던의 은퇴 이후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2003년 은퇴했다. 애증의 관계였던 구단주 제리 라인스도르프는 명예의 전당에 올랐으나, 크라우스는 그렇지 못한 것을 두고 정상적이지 않다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이에스피엔>은 “제리 크라우스는 이겼다. 하지만 사람들을 얻지는 못했다”고 썼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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