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기 인삼공사 감독이 21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엘지와의 경기에서 지시하고 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제공
“강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부임 2년차 ‘터보’ 김승기(45) 감독이 케이지시(KGC)인삼공사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면서 만든 팀 이미지는 이렇게 압축된다. 1997년 프로 출범 이후 구단 역사상 첫 정규시즌 우승. 흔히 챔피언전 우승을 백미로 꼽지만, 시즌 54경기에서 정상에 오르는 것은 어찌 보면 더 어려운 일이다. 감독과 선수가 하나가 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경지다. 2012년 챔피언전 우승 경험이 있지만, 대개 중하위권에 머무는 변방의 팀이라는 이미지를 이번에 확실하게 털어냈다.
전창진 감독 밑에서 10년 수업을 받은 김승기 감독은 부임 2년차에 능력을 입증했다. 23일 전화로 연결된 김 감독은 “아는 대로 열심히 했다”며 겸손해했다. 하지만 “쉽지 않다”는 말도 했다. 감독은 오케스트라 지휘자다. 선수들이 못한다고 탓할 게 아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 그것을 결과로 연결시켜야 한다. 김승기 감독은 자신의 용병술을 이렇게 설명했다. “선수마다 특성이 달라 주문하거나 대화할 때 내용이 모두 다르다. 때에 따라서는 A라는 목표를 위해 B를 요구하기도 한다.”
공을 운반하며 골 밑과 외곽까지 전 영역에서 온몸을 불태우는 이정현을 예로 들면 이렇다. 슈팅력과 힘, 근성까지 흠잡을 데가 없지만 상대가 바짝 붙어 집중견제를 하면 흥분할 수도 있다. 김 감독은 “항상 마음을 가라앉히라고 한다. 한번이 아니다. 경기 때마다 주지시킨다”고 했다. 수비 능력과 지능, 골망 근처에서의 정교한 슛까지 갖춘 오세근에게는 특별히 할 말도 없다. 김 감독은 “작전만 얘기하면 상황마다 알아서 한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를 다루는 것은 난제다. 하지만 데이비드 사이먼은 자신을 알아주는 사령탑을 위해 뛴다. 김 감독은 “원래 외국인 선수들은 외곽에서 경기하는 데 익숙하다. 외곽으로 나와 ‘너의 슛 능력’을 보여주라고 하면, 알아주는 감독을 위해 안으로 파고들면서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간둥이 단신 키퍼 사익스를 4라운드 이후에는 4쿼터 중요한 순간에 내보내면서 상대팀을 교란시키고, 플레이오프 구상을 짠 것도 전략적인 사고에서 나온다.
다정하다고 주장하지만, 코트에서 날카롭게 쳐다볼 때 선수들은 움찔한다. 승부사 김 감독은 “어차피 아무나 못 하는 게 감독이다. 부드러울 때도 있지만 싸움에서는 독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말 2경기를 끝으로 정규리그를 마감하면 플레이오프 6강이 시작된다. 인삼공사는 4강에 직행해 여유가 있다. 김 감독은 “아직 챔피언전 우승을 말할 때는 아니다. 팬을 위해 정규리그를 잘 마무리하고, 이후 플레이오프 4강전만 생각하겠다”고 했다. 감독 아래 똘똘 뭉친 팀 인삼공사. 팬한테 ‘인삼'은 이번 시즌 최고의 활력소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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