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2 그룹 A 경기에서 북한의 진옥(오른쪽)이 영국 선수와 퍽을 다투고 있다. 북한은 6일 밤 남한과 맞대결한다. 강릉/연합뉴스
4월6일은 유엔이 정한 ‘국제 스포츠 평화’의 날이다. 스포츠를 통한 개발과 평화를 도모하자는 뜻에서 2013년 창설됐다. 4월6일은 1896년 1회 아테네올림픽이 열렸던 날이기도 하다. 마침 2017년 4월6일 강릉 하키센터에서 남북 자매들이 아이스하키 대결을 벌여 유엔 스포츠 평화의 날이 새롭다.
스포츠에서 대결은 승리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상대가 없는 대결은 존재할 수 없다. 서로 존중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하는 이유일 것이다. 더욱이 남북 대결은 과거처럼 체제 우위나 선전의 수단으로 쓰이지 않는다. 남북한 체육역량의 크기는 과거와 달리 현격할 정도로 남쪽에 기울어져 있다. 아이스하키나 여자축구처럼 일부 종목에서는 북한이 강세를 보이기도 한다.
강릉에서 열리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디비전2 그룹A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보는 체육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북한 선수들의 태도는 많이 유연하다고 한다. 1일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올 때는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들기도 했고, 대회 기간에 강릉 해변에 나와 물놀이를 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4일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 주관으로 열린 각국 선수단 대표 초청 오찬에는 북한 쪽에서 3명의 인사가 참여했다고 한다. 대화도 많이 나누고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6일 밤 9시에 열리는 남북 대결은 응원전도 관심이다. 대개의 관중이 남쪽을 응원하겠지만,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와 6·15 강원본부의 공동응원단은 북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유엔이 4월6일을 스포츠 평화의 날로 지정한 배경의 하나일 것이다.
스포츠는 매우 정치적이다. 특히 북한은 스포츠를 수단화하는 경향이 있다. 북한은 2007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 남자 디비전2 그룹B 대회에 선수단을 보내지 않았다. 2008년에는 평양에서 열리기로 돼 있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경기 때 남한팀의 방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쩐 까닭인지 선수단을 보냈다.
선수단 파견의 배후에 권력의 정치적 의도가 있든 없든 간에, 스포츠가 교류나 접촉의 계기가 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유엔이 스포츠 평화의 날을 제정한 것 역시 분쟁과 갈등 대신 평화의 계기를 여는 데 스포츠의 역할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핵 개발로 인한 갈등으로 남북이 극한의 대치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스포츠 행사는 더욱 주목을 받는다. 7일에는 평양에서 남북 여자축구 경기가 열린다. 6~7일 남북에서 열리는 스포츠 이벤트가 남북 관계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주면 좋겠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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