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사무국이 2018 평창겨울올림픽 기간에 리그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엔에이치엘 선수들이 개별적으로 참가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5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새너제이 샤크스와 밴쿠버 캐넉스의 엔에치엘 경기 모습. 새너제이/유에스에이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아직 끝난 게 아니다.”(국제아이스하키연맹 관계자)
“엔에치엘이 뭐라든 나는 평창에 간다.”(앨릭스 오베치킨)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사무국이 4일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엔에이치엘 선수들의 참가 가능성은 닫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강릉에서 열리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국제연맹 관계자는 “르네 파젤 국제연맹회장과 게리 베트먼 엔에이치엘 총재가 다음주에 만난다. 협상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고 양승준 2018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준비기획단장이 전했다. 엔에이치엘 소속인 워싱턴 캐피털스의 스타 선수인 오베치킨도 외신에서 “누군가는 내게 (평창올림픽에) 가지 말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간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협상력에 따라서는 엔에이치엘 선수들이 올 가능성도 있다.
■ 파젤과 베트먼 다음주 만나 양승준 준비기획단장은 “지금까지 파젤 회장과 베트먼 총재가 꾸준하게 만나왔다. 다음주에 파젤 회장이 뉴욕에 가 베트먼 총재와 좀더 적극적으로 협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젤 회장은 엔에이치엘 선수들의 평창올림픽 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 올림픽까지 보조해준 엔에이치엘 선수들의 체재비와 보험료 등을 국제연맹이 대신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반면 베트먼 엔에이치엘 총재는 올림픽 참가에 따른 3주간의 리그 휴업을 이유로 평창 참가를 꺼리고 있다. 그러나 베트먼 총재의 완강한 입장이 계산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음달 선수 노조와의 협상을 앞둔 엔에이치엘이 평창 올림픽을 볼모로 단체협약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 선수노조는 “평창에 간다” 엔에이치엘 정규리그에서 6회 득점왕에 오르고 3차례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오베치킨은 평창행을 요구하는 선수들을 상징한다. 러시아 출신의 오베치킨은 “이것은 내 조국과 관련한 문제다. 나는 모든 선수가 그곳(평창)에서 뛰길 원한다고 생각한다. 올림픽에서 뛴다는 것은 생애 최고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오베치킨의 소속팀인 워싱턴의 구단주도 “오베치킨이 결정한다면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엔에이치엘 구단마다 이해가 다르다. 또 선수들이 개별적으로 리그에서 빠져 자국 대표팀으로 출전하는 것에 대해서는 엔에이치엘 사무국도 아직 명확한 입장이 없다.
시카고 블랙호크스의 공격수 조너선 테이브스는 “노사 협상을 앞두고 사무국이 뭔가를 얻어내려는 수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말 근시안적인 접근이고,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엔에이치엘 구단주들은 지난해 선수들의 평창올림픽 출전을 허가하는 대신 2019년까지 돼 있는 단체협약을 이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3년 더 연장하자는 제안을 했다가 노조로부터 거절당했다.
■ “IOC가 적극 나서야 한다” 아이오시는 역대 겨울올림픽에 출전해온 엔에이치엘 선수들을 위해 체재비 등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번 평창올림픽을 앞두고는 혜택을 거둬들였다. 대신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이 출전 경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아이오시는 또 엔에이치엘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2022 베이징올림픽에도 출전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엔에이치엘 사무국이 평창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아이오시의 처지가 궁색해졌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엔에이치엘의 올림픽 출전 불가 방침은 올림픽 정신에 어긋난다. 평창에 오지 않으면서 베이징올림픽에 간다는 것은 시장주의 논리다. 아이오시가 올림픽 정신을 앞세워 무언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엔에이치엘 선수들이 평창에 오지 않는다면 평창올림픽은 타격을 입게 된다. 아이스하키는 겨울올림픽의 꽃이며, 티켓도 가장 비싸다. 주 고객이 외국인 팬들인데, 만약 엔에이치엘 선수들이 불참한다면 티켓 판매 수입이 크게 줄어들고, 흥행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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