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이 8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6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열정적으로 지휘하고 있다. KBL 제공
“우리는 매 경기가 결승전입니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5차전까지 혈투를 벌인 서울 삼성과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경기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정규리그를 3위(34승20패)로 마친 삼성은 시즌 초반만 해도 정규리그 1, 2위를 다툰 팀이다. 반면 전자랜드는 6위(26승28패)로 간신히 6강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했다. 맞대결도 1승5패로 밀렸다. 스타선수 하나 없고 외국인 선수가 빼어난 것도 아니니 당연한 결과였다.
5전3선승제의 6강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삼성의 3연승을 예상했다. 그러나 ‘오렌지 군단’ 전자랜드는 3차전까지 삼성에 2승1패로 앞서가며 ‘기적’에 다가갔다. 주축 선수들이 삼성보다 젊다는 점을 활용해 유 감독은 강력한 압박과 상대보다 ‘한발 더 뛰는 농구’를 펼쳤다. 여기에 상대의 허를 찌르는 유 감독의 전술이 더해졌다. 기습적인 지역방어와 이중수비로 잇따라 상대의 실책을 유발했다. ‘농구 명가’ 삼성 선수들은 당황했다. 이상민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기 일쑤였다. 농구 팬들은 ‘언더독의 반란’에 열광했다.
그러나 시리즈가 길어지면서 선수들의 체력은 바닥이 났다. 부상 선수도 속출했다. 수비의 핵심 정효근이 발목 부상으로 4차전에 나오지 못했다. 결국 4차전은 전자랜드가 3점 차로 졌다. 마지막 5차전에선 주전 가드 박찬희가 1쿼터 도중 손가락을 다치는 불운까지 겹쳤다. 유 감독은 “우리는 압박 수비 때문에 체력 소모가 많아 시리즈를 단기간에 끝냈어야 했다”고 아쉬워 했다. 그러나 유 감독은 마지막 승부가 끝난 뒤 아마농구 현대 시절 룸메이트였던 후배 이상민 감독을 환하게 포옹하며 축하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유 감독은 2년 전에도 6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3위팀 서울 에스케이(SK)를 3연승으로 물리친 뒤 4강에서 원주 동부와 5차전까지 접전을 펼쳐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켰다. 올 시즌 전자랜드의 반란은 멈췄지만 유 감독이 지휘한 오렌지 군단의 투혼은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남겼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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