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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에 기적이 일어났다

등록 2017-04-30 16:37수정 2017-04-30 21:49

아이스하키 대표팀 월드챔피언십 첫 진출
‘신’으로 통하는 백지선 감독
평범한 실력 귀화선수 조련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 “감독 전술 다 통했다”
3년만에 초고속 1부리그 승격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29일(한국시각)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최종전에서 슛아웃 혈투 끝에 우크라이나를 꺾고 사상 처음으로 1부 리그에 입성했다. 선수들이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을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뉴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29일(한국시각)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최종전에서 슛아웃 혈투 끝에 우크라이나를 꺾고 사상 처음으로 1부 리그에 입성했다. 선수들이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을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뉴스
3부→2부→1부.

3년 만의 초고속 승격이다. 강팀이 즐비한 세계 아이스하키에서는 상식 밖의 일로 꼽힌다. 하지만 해냈다. 한 살 때 캐나다로 이민 가 아이스하키 선수로 대성한 뒤 2014년 8월부터 한국팀을 맡은 백지선(50·영어명 짐 팩)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 그는 30일 인천공항 귀국장에서 “한 사람의 힘만으로 된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도왔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학교와 실업 등록선수 전체 233명의 열악한 저변에서 구성된 대표팀과 “캐나다 거리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실력의 외국인 귀화선수 7명의 결합. 이들이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대회 디비전 1 그룹 A 2위(3승1연장승1패)로 월드챔피언십에 진출한 것은 ‘사건’이라 할 만하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피츠버그 선수로 1991년, 92년 두 차례 스탠리컵을 차지한 백지선 감독은 선수들한테 ‘신’으로 통한다. 이번 대회 우크라이나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부치기 결승샷을 쏜 신상훈은 “감독이 시키는 대로 하면 다 통한다. 나도 신기하다”고 했다. 역시 대회 2골, 3도움으로 선봉에 선 안진휘는 “상대가 두렵지가 않다. 조직력 훈련에 따라 약속된 위치에 가 있으면 패스가 빠르다”고 말했다. 종일 상대의 비디오를 분석하는 백 감독은 훈련과 팀 미팅 때 요점을 주입한다. 장기판의 말은 같지만 행마에 따라 승패가 나는 것처럼, 실전에서 먹히니 선수들은 놀랄 수밖에 없다.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 후반 역전골을 많이 터뜨렸다. 역시 북미아이스하키리그 선수 출신인 박용수 코치의 엑소스 체력훈련 프로그램이 한몫했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사용 근육에 특화된 훈련으로 아시아리그 시즌 피로의 여파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백지선 감독은 외국인 선수를 특별대우하지 않고, 차별하지도 않는다. 그는 “모두가 대한민국 선수들”이라고 한다. 개인행동이나 튀는 행동도 있을 수 없다. 양승준 2018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준비기획단장은 “경기력보다 인성을 보고 귀화선수를 뽑았다”고 했다. 밥을 먹어도 함께 먹고, 놀 때도 함께 놀고, 애국가를 부를 때도 함께 부른다.

야구의 선발투수처럼 팀 전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골리를 잘 뽑은 것은 행운이다. 2014년부터 대표팀에 합류한 1m89의 키에 90㎏의 맷 달튼은 이번 대회 92.48%의 방어율로 초반 3연승의 주역이 됐다. 25년 이상 아이스하키에 투자한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실업팀 안양 한라를 만들었고, 협회장이 되기 전부터 신상훈, 안진휘 등 한라 선수들 다수를 핀란드 리그에 한 시즌 이상 보내 훈련을 도왔다. 2013년 협회장 취임 즉시 사비 20억원을 낸 것은 유명하다.

아이스하키대표팀 '금의환향' (영종도=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 남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에서 2위를 기록하며 월드챔피언십(1부리그) 입성을 확정지은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입국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4.30 superdoo82@yna.co.kr/2017-04-30 13:33:39/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아이스하키대표팀 '금의환향' (영종도=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 남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에서 2위를 기록하며 월드챔피언십(1부리그) 입성을 확정지은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입국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4.30 superdoo82@yna.co.kr/2017-04-30 13:33:39/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세계 최강 16개팀의 모임인 월드챔피언십에 진입하면서 ‘개최국 자동출전’ 프리미엄이라는 소리는 잦아들게 됐다. 카자흐스탄 등 엔에이치엘 출신 선수들이 다수 포진한 팀도 물리쳤다. 지난해 캐나다, 체코, 스위스가 평창올림픽에서 한국과 같은 조가 되자, 언론은 “한국이 0-10 이상으로 지는 실력차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급성장한 한국팀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격파했고, 올해는 덴마크, 카자흐스탄도 추가로 제압했다. 이번 대회 막판에는 귀화선수가 4명밖에 뛰지 않았음에도 토종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득점이나 도움을 주도한 것도 돋보인다.

꿈에서도 아이스하키만을 생각한다는 백지선 감독은 한국을 2002 한·일월드컵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과 비교된다. 백 감독은 “히딩크 감독과 비교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저 짐 팩일 뿐”이라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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