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케이지시(KGC)인삼공사의 2016~2017 프로농구 우승 주역인 이정현(왼쪽부터), 오세근, 양희종이 환호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맏형 양희종(33)이 먼저 말을 꺼냈다. “난 너희들 (농구 실력)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아. 정말 대단한 동생들이야.” 그러자 이정현(30)도 거들었다. “난 형이랑 세근이랑 같이 농구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 그런데 쌍둥이 아빠 오세근(30)이 양희종에게 엉뚱하게 한마디 던진다. “형! 언제 결혼해? 쌍둥이 키우기 힘들어!”
안양 케이지시(KGC) 인삼공사를 2016~2017 케이씨씨(KCC) 프로농구 정상에 올려놓은 주역들의 ‘수다’가 유쾌하다. 올스타전과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전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며 ‘엠브이피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오세근, 챔피언전 역대 개인 최다 타이기록인 3점슛 8개를 터뜨린 주장 양희종, 그리고 챔피언을 확정한 2.1초 전 결승골의 주인공 이정현은 경기가 끝난 뒤 서울 잠실체육관 인근 음식점에 모였다. 이들의 ‘유쾌한 수다’는 자정을 넘겨 3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이들의 ‘수다’를 방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오세근 엠브이피는 저 혼자만 잘해서 받은 건 아니죠. 희종이 형, 정현이, (데이비드) 사이먼 모두 잘해준 덕분에 제가 대신해서 받은 거죠.
양희종 쌍둥이 덕분 아냐?
오세근 맞아 형! 이번 시즌 전에 (남매) 쌍둥이 낳고 아빠가 됐는데, 책임감 때문에 더 힘을 냈어.
이정현 난 결승골이라도 넣었기에 망정이지, 그것도 못 넣었으면 이 자리에 나오지도 못했을 거야. 그런데 희종이 형은 어떻게 3점슛을 8개나 넣었어?
양희종 난 큰 경기에 강하니까. 느낌 아니까. ㅋㅋ 농담이야. 오늘은 정말 잡으면 쏘려고 마음 먹었어. 감이 좋았거든. 너희들이 입맛에 맞게 패스를 잘해준 덕분이야.
이정현(오른쪽부터), 오세근, 강병현, 양희종 등 안양 케이지시(KGC)인삼공사의 2016~2016 프로농구 우승 주역들이 2일 밤 챔피언결정전 6차전 뒤 기뻐하고 있다. 인삼공사 제공
이정현 그런데 세근이 넌 왜 그렇게 울었어?
오세근 정말 안 울려고 마음 먹었는데…. 내가 겉보기와 다르게 은근히 마음이 여리고 감수성도 풍부하거든. ㅋㅋ 최근 5~6년 동안 롤러코스터를 탔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데 눈물이 막 흐르더라구.
양희종 그런데 블랑코(이정현의 별명이자 영어 이름), 너야말로 (삼성 관중들한테서) 야유 받을 때 힘들지 않았니?
이정현 솔직히 신경 안쓰려고 애썼지만 마음대로 안되더라구. 그런데 관중들이 계란 던지면 형이 다 막아주겠다고 한 말이 너무 감동적이었고, 큰 힘이 됐어. 그나저나 나도 안 아픈 데가 없지만 세근이 넌 손가락 찢어져 8바늘이나 꿰매고, 갈비뼈가 미세 골절됐는데 안 아팠어?
오세근 뛸 때는 통증을 못 느꼈는데, 2쿼터인가, 3쿼터인가 (삼성 마이클) 크레익이랑 충돌했을 때는 정말 숨이 딱 멎더라구. 희종이 형도 오른쪽 어깨가 파열됐지?
안양 케이지시(KGC)인삼공사 선수단이 2일 밤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라커룸에서 한자리에 모여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인삼공사 구단 제공
양희종 솔직히 어깨도 아프지만 발목이 더 안 좋아. 걸을 때도 아프니까 뛰는 건 엄두도 못 냈는데 진통제 맞고 뛰었어. 정신없이 뛸 때는 몰랐는데, 끝나니까 아프네. ㅎㅎ 그런데 너희 둘 다 에프에이(FA·자유계약)잖아. 우리 팀에 남을 거지? 너희는 안양의 원투 펀치잖아.
이정현 형! 나는 이 멤버가 너무 좋아. 비큐(BQ·농구 아이큐)가 너무 좋은 선수들이야. 세근이랑 잘 얘기해볼게. ㅋㅋ
오세근 형! 나는 쌍둥이 아빠야. 분유값 많이 벌어야 해. ㅋㅋ
양희종 에프에이 나가서 잘 된 선수 없더라. ㅋㅋ 난 2012년 우승 당시 선수들(삼성 김태술·전자랜드 박찬희)과 한번 더 추억 만들지 못한 게 아쉬웠어. 너희들이 남는다면 2년 연속 우승도 충분히 가능해. 우리 다음 시즌에도 잘해보자. 화이팅!
이정현·오세근 화이팅!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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