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1년 6개월 악몽’ 딛고 코트 복귀한 고려대 이민형 감독

등록 2017-05-17 18:39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입시비리 무혐의…무명은 벗었지만
“그간 고통 누가 보상하느냐” 울먹
고려대 이민형 감독. 한국대학농구연맹 제공
고려대 이민형 감독. 한국대학농구연맹 제공
국가대표 센터를 지낸 그는 190㎝의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로 현역 시절 모델 제안까지 받았다. 반면 그의 말투는 순박하다. 아니 조금은 어눌하기까지 하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그의 음성이 가늘게 떨리더니 울먹울먹했다. 지난 1년6개월의 세월은 그에겐 악몽 그 자체였다.

2015년 12월, 연말 분위기에 들떠 있을 때 고려대 이민형(52) 감독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한 일간신문에서 이 감독이 돈을 받고 자질이 부족한 학생을 농구부에 입학시켜 경찰이 내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학교 쪽은 곧바로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는 2013년부터 3년 연속 고려대를 대학농구 리그 정상으로 이끌었고, 2013년엔 대한농구협회 ‘올해의 감독상’까지 수상했다. 하지만 ‘죄인’이 된 그가 어디 한 군데 호소할 곳도 없었다.

경찰은 그의 가족은 물론이고 장인·장모 등 처가 쪽과 선수 부모들의 계좌까지 모조리 뒤졌다. 이 감독은 “경찰이 100여개의 계좌를 뒤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경찰에 불려가 조사까지 받았다. 그는 “돈을 주고받은 적이 없는데 아무리 계좌를 뒤져봐야 무슨 소용이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입시비리 입증에 실패한 경찰은 이번엔 한국농구연맹(KBL)에서 대학에 지급하는 지원금을 착복한 혐의(배임수재 및 업무상 배임)로 검찰에 기소의견을 보냈다. “케이비엘이 애초부터 감독 개인 계좌로 보내는 지원금인데 이걸 배임이라고 하니…”. 그의 말대로 지난달 24일, 검찰의 최종 판단은 무혐의였다. 마침내 16일, 학교 쪽이 직무정지를 해제했고 그는 감독직에 복귀해 그리운 제자들과 상봉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고려대가 우수 선수를 스카우트해 대학농구 우승을 독식하자 주변에서 별별 소문이 많았는데, 이렇게 큰 고통을 겪을 줄 몰랐다. 너무 억울해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나이 오십 넘어 또 한번 ‘인생 공부’ 한 거죠.” 말은 안 했지만 짐작 가는 사람들의 무고가 있었고, 피의 사실을 언론에 흘린 당국, 그리고 확인 없이 받아 쓰는 기사에 대한 억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쓴웃음을 삼킨 그의 얼굴에 다시 밝은 햇살이 드리울 수 있을까. c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