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센터를 지낸 그는 190㎝의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로 현역 시절 모델 제안까지 받았다. 반면 그의 말투는 순박하다. 아니 조금은 어눌하기까지 하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그의 음성이 가늘게 떨리더니 울먹울먹했다. 지난 1년6개월의 세월은 그에겐 악몽 그 자체였다.
2015년 12월, 연말 분위기에 들떠 있을 때 고려대 이민형(52) 감독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한 일간신문에서 이 감독이 돈을 받고 자질이 부족한 학생을 농구부에 입학시켜 경찰이 내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학교 쪽은 곧바로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는 2013년부터 3년 연속 고려대를 대학농구 리그 정상으로 이끌었고, 2013년엔 대한농구협회 ‘올해의 감독상’까지 수상했다. 하지만 ‘죄인’이 된 그가 어디 한 군데 호소할 곳도 없었다.
경찰은 그의 가족은 물론이고 장인·장모 등 처가 쪽과 선수 부모들의 계좌까지 모조리 뒤졌다. 이 감독은 “경찰이 100여개의 계좌를 뒤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경찰에 불려가 조사까지 받았다. 그는 “돈을 주고받은 적이 없는데 아무리 계좌를 뒤져봐야 무슨 소용이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입시비리 입증에 실패한 경찰은 이번엔 한국농구연맹(KBL)에서 대학에 지급하는 지원금을 착복한 혐의(배임수재 및 업무상 배임)로 검찰에 기소의견을 보냈다. “케이비엘이 애초부터 감독 개인 계좌로 보내는 지원금인데 이걸 배임이라고 하니…”. 그의 말대로 지난달 24일, 검찰의 최종 판단은 무혐의였다. 마침내 16일, 학교 쪽이 직무정지를 해제했고 그는 감독직에 복귀해 그리운 제자들과 상봉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고려대가 우수 선수를 스카우트해 대학농구 우승을 독식하자 주변에서 별별 소문이 많았는데, 이렇게 큰 고통을 겪을 줄 몰랐다. 너무 억울해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나이 오십 넘어 또 한번 ‘인생 공부’ 한 거죠.” 말은 안 했지만 짐작 가는 사람들의 무고가 있었고, 피의 사실을 언론에 흘린 당국, 그리고 확인 없이 받아 쓰는 기사에 대한 억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쓴웃음을 삼킨 그의 얼굴에 다시 밝은 햇살이 드리울 수 있을까.
c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