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삼성 주희정이 18일 서울 강남구 케이비엘(KBL) 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아들 지우군에게 장래희망을 묻고 있다. 지우는 엔비에이(NBA)에서 뛰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희정이의 노력은 달라요. 비교 불가입니다.”(이상민 삼성 감독)
“아마 은퇴하고도 연습할걸요.”(이규섭 삼성 코치)
18일 서울 강남구 케이비엘(KBL) 센터에서 열린 삼성 주희정(40)의 은퇴 기자회견. 밖에서 지켜보던 이상민 감독은 “주희정의 노력은 특별나다. 앞으로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1997~98시즌부터 20년간 1029경기 출장. 뛰지 않은 경기는 단 15경기다. 슬럼프와 몸상태, 부상 불운 등 변수가 많은 프로농구판에서 상상하기 힘든 수치다. 대학 때부터 주희정을 지켜본 이규섭 코치는 “연습의 차원이 다르다. 팔꿈치 부상을 당해 회복할 때 힘을 천천히 주면서 움직여야 한다. 남들이 하루 10번 하면 100번을 하면서 재활의 속도를 당긴다. 다른 사람이 노력하는 것은 노력이 아니다”고 했다.
주희정은 “초등 4학년 때는 놀기 위해, 중학 때는 강동희가 좋아서, 고교 때는 할머니를 호강시켜드리려고, 대학 때는 간절하게, 프로에서는 치열하게 농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 힘으로 프로 데뷔 때 신인왕을 비롯해 리그 최우수선수를 챙겼고 출장과 도움주기, 가로채기 1위 등 깨지기 힘든 기록을 남겼다. 경기에 지면 새벽 1시까지 슛을 던지는 특별한 노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주희정은 “은퇴 결정을 내린 순간부터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할 때와 “돌아가신 할머니한테 잘해드리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할 때 울먹였다. 이제는 아쉬움을 접고 새로운 도전의 길에 나선다. 그는 “아직 구단과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 좋은 지도자로 돌아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벤치에도 앉아보면서 후보 선수들의 마음도 알게 됐고, 동료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법도 배웠다. 모두 지도자 수업을 위한 보약이다.
주희정은 “당분간 쉬면서 농구를 좋아해 미국농구 진출의 꿈을 가진 막내아들 지우(7)와 실컷 농구를 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말했다. 차원이 다른 ‘연습의 왕’이 떠났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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