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부터 열리는 무주 세계태권도대회에 시범단을 파견하면서 2018 평창겨울올림픽 북한 참가에 대한 물밑교섭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07년 창춘 겨울아시아대회 피겨스케이팅 페어에 출전한 북한 선수. 창춘/연합뉴스
24일~30일 전북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폐회식에 북한 시범단 공연이 이뤄지면서 내년 평창올림픽을 향한 남북 스포츠교류 확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토마스 바흐 아이오시 위원장 등이 참가하면서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를 위한 정부의 물밑작업도 예상된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나 강원도 입장에서도 북한 참가는 올림픽 붐업에 필수적인 요소다.
■ 새 정부 첫 남북스포츠 교류 남북스포츠 교류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에서 꾸준히 이뤄져왔지만 지난 박근혜 정부 때 맥이 끊겼다. 하지만 태권도세계대회를 계기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특히 정부쪽에서는 무주 세계태권도대회를 계기로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를 위한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 도종환 신임 문화체육부 장관은 지난주 교육문화관광위원회 청문회에서 “바흐 아이오시 위원장에게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도록 협조를 구할 생각이다. 장웅 아이오시 위원과 접촉하는 등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평화를 위한 올림픽 정신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바흐 아이오시 위원장은 북한의 평창 참가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북한 중심의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이 남한 중심의 세계태권도연맹(WTF) 국내 행사에 시범단을 파견한 것은 처음이다. 36명의 구성된 북한 공연단은 24일 개막식과 26일 전주한옥마을, 28일 서울 국기원 공연 뒤 30일 폐막식에서 공연한다.
■ 평창 북한 출전 가능 종목 북한이 평창대회에 참가하려면 종목별 예선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미 출전권을 확보한 여자아이스하키팀의 경우 예선전이 필요없다. 개인종목이 아니어서 단일팀을 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종목이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양승준 올림픽 준비단장은 “최근 2년간 대표팀의 경기력이 많이 올라와 사상 처음으로 2경기 연속 북한을 이겼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우리팀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정치적 판단으로 단일팀이 이뤄진다면 어찌될까. 이 경우엔 단일팀의 명칭부터, 22명 엔트리 가운데 배제되는 기존 선수에 대한 처리, 전술 훈련 등 팀운영까지 난제가 많다. 양 단장은 “정치적 차원의 결단이라면 정부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쇼트트랙이나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남북한 격차가 크다. 하지만 쇼트트랙의 경우 선진기술을 보유한 남한의 지도자가 합동훈련이나 파견 등 방식을 통해 교육을 시킨다면 경기력 향상이 이뤄질 수도 있다.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은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쇼트트랙 선수를 봤다. 1~2명은 조금만 지원하면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했다. 쇼트트랙 올림픽 출전권은 9월부터 시작되는 월드컵 1~4차 대회 출전 포인트에 따라 달라진다. 박종명 빙상경기연맹 사무처장은 “북한 선수가 참여해 전지훈련이나 월드컵에 참가할 경우 정부에서 좀더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쇼트트랙에서는 거리별로 남녀 각각 32~36명의 엔트리가 출전한다.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트의 페어 부문 동메달을 딴 북한팀이 올림픽 무대 20개팀(40명)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 정부와 체육회의 의지가 중요 남북 스포츠 교류는 개별 종목에서 이뤄지지만, 정부와 체육회,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등 각 주체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가령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만든다면, 지금까지 훈련해온 국내 선수들 2~3명이 희생돼야 한다. 이들이 엔트리에 추가될 수 있는 방법은 대한체육회의 국제아이스하키연맹과 아이오시에 대한 협상력에 따라 달라진다. 북한의 응원단을 초청하거나, 협회나 연맹 임원들에게 평창올림픽 참관 기회를 주는 등의 방안은 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문체부가 종목별 남북교류가 가능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리스트라도 만들어야 한다. 또 북한 선수단에 운동 장비라도 제공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 평창올림픽이 남북 화해와 평화를 위한 대회가 될 수 있도록 모든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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