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길거리농구 일본서 큰일냈다 이형주, 안희욱, 안희태
도쿄 앤드원투어대회 결승 활약한 한국선수단 삼총사
한국의 길거리농구 선수들이 일본에서 ‘대형사고’를 쳤다.
길거리농구단 ‘앤드원투어’ 이형주(30) 대표와 길거리 농구선수 안희욱(22) 희태(20) 형제(사진 오른쪽부터) 등 3명은 지난 주말 농구공 하나만 달랑 가지고 현해탄을 건넜다. 이 대표는 일본방문이 두번째, 대학생(동아대 체육학과)인 희욱 희태 형제는 외국방문 자체가 처음이었다.
물설고 낯선 일본에서 지난 13일 이들이 찾아간 곳은 스모경기장으로 유명한 도쿄의 료코쿠체육관. ‘2005 일본 앤드원투어대회’가 열린 이곳에서 이들은 직접 경기에도 참가하고, 미국의 유명한 길거리농구단 ‘앤드원’의 경기도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이 대회에는 일본을 비롯해 한국 타이 필리핀 등 아시아의 젊은이 300여명이 참가했다. 선수들이 개별적으로 참가신청을 하면, 주최 쪽이 5명씩을 짝을 지어 팀을 만들어주고, 이 팀들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기를 펼치는 이른바 ‘오픈 런’ 식으로 진행됐다.
이 대표 등도 개별적으로 참가신청을 했고, 제각각 다른 팀에 속해 경기를 벌였다. 그런데 60여팀 가운데 이 대표의 팀과 안희욱 선수의 팀이 결승에서 만난 것이다. 대학시절 취미로 농구를 즐겼던 이 대표는 결승전에서 관중들로부터 ‘욘사마’ ‘기무치’라고 불리며 응원을 받았지만, 결과는 한국의 ‘길거리 농구스타’ 안희욱 선수 팀이 승리했다. 동생 안희태 선수도 ‘오픈 런’ 경기에서는 일찌감치 탈락했지만 번외경기로 열린 1대1 대결에서는 화려한 기술로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1대1 대결을 잘한다고 해서 ‘A1’이라는 기분좋은 별명까지 얻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오픈 런’에서 우승한 안희욱 선수가 일본 ‘앤드원’ 대표로 전격 발탁돼 같은 날 오후 6시부터 미국 앤드원과 경기를 벌인 것이다. 경기가 열린 이날 저녁 6시 료코쿠체육관에는 1~3층까지 1만여명의 관중들로 꽉 찼다. 이 경기에서 안희욱 선수는 뛰어난 활약으로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농구와의 실력차를 실감해야 했다. 특히 축구선수 안정환이 소속돼 있는 스포츠마케닝 회사 ‘제이에스엠’(JSM)의 고지 구로키는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극찬하며 안 선수의 프로필을 받아 갔다.
이 대회는 일본의 농구잡지 <훕스> <닛산> 등에 실릴 예정이고, 경기내용이 디브이디(DVD)로 제작돼 다른 나라로 판매된다. 이 대표는 “야구나 축구 뿐 아니라 길거리농구도 나라 밖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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